작가의 말
<독립군 소녀 해주>가 청주의 한 책읽기 운동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던 날, 미세먼지 가득한 세상이 온통 봄꽃이 가득 핀 들판처럼 환해졌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쓴 <독립군 소녀 해주>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 빛을 보게 되다니, 문득 작품 속의 주인공 ‘해주’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글을 쓰는 내내 책상 앞에 지도를 그려놓고 ‘해주’와 함께 경성을 거쳐 신의주, 상해, 충칭으로 이어지던 독립운동의 여정을 따라가며 가슴 졸이던 순간들도 새삼 떠오르고.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나라를 빼앗긴 줄도 모르고, 내 나라 글도 모르고, 태극기가 대한의 국기인줄도 모르고 살았던 어린 소녀 해주, 나는 그 어린 소녀를 통해 이 땅에 살았던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돌석이, 계집종 노릇을 하던 분희,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도련님인 우빈까지 나라를 되찾는 일에 용감하게 앞장섰던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상해, 충칭으로 이어지는 멀고 먼 여정을 생생하게 그리는 일이 너무 어려워 몇 번이나 글 쓰는 걸 포기하려 할 때마다 내 손을 잡고 그 험한 길을 가도록 이끌어 준 은인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게 힘을 주고 함께 <독립군 소녀 해주>를 이끌어간 등장인물들이 청주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그들의 선택, 용기, 희생, 슬픔조차도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때로는 가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주지 않던가. 독서는 펼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는 통로가 되고. 특히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름 없이 스러진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만나는 일은 더욱 더 뜻 깊은 일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