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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지음 ; 이종일 옮김민음사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30
페이지수 : 349 상태 : 승인
문학 이론 책에서 몇 번이나 접했던 그 이름,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드디어 읽었다. 다소 처연하게 느껴지는 궁핍하고 치사스러운 인물들이 그려진 단편들이 가득했다. 내가 느낀 처연함은 이 초라하고 비루한 사람들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였으리라. 나 같아 보이는, 주변 사람 같아 보이는 나의 감정이입이 이들을 변호하는 마음으로 이끈다.
읽는 내내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떠올랐다. 두 소설 속 사람들이 힘들고 궁핍한 것은 비슷한데 <천변풍경>에는 사람에도 삶에도 생동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더블린 사람들> 속 인물들에게는 이러한 활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궁상 맞음은 이들에게 어떤 '기대'도 갖지 못하고 이들의 삶에 어떤 '희망'도 바라지 못하게 만들었다. 차갑지 않음에도 너무나 차갑게 느껴지는 묘사는 이들을 전혀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지 않았다. 작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편파적'이다. 나는 그가 보는 세상에 공감할 수 없다.
세상에는 <자매>나 <마주침>에 등장하는 악한 인간으로 추정되는 '나쁜 놈들'이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아성애자라는 것을 독자들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애러비>에 나오는 소년은 자신의 치기가 부끄럽다. 그럴 수 있는데 자신을 향한 자책과 분노가 과해서 편하지 않다. 다른 작품들 역시 이 지점이 가장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인물들의 자존감이 너무 낮다. 단편 대부분의 인물들이 스스로를 못마땅해하며 자동적으로 비하한다. 이 낮은 마음들이 '더블린 사람들'의 활기를 앗아간다. 나는 이것이 당시 세태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더블린에 대한 작가의 마음으로 읽힌다. 어둡고 음습하고 암울한 곳.
더블린은 그러한 곳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왜 제 고향을 이렇게 그린 걸까. 나는 왜 이것이 이리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조이스의 다른 작품을 읽어야 풀린 것 같다. 이렇게 독서마라톤 마지막 날 일지는 물음표로 끝이 난다.

4월부터 시작된 2026년 독서마라톤이 오늘로 종료된다. 매일 읽는 책이지만 일지를 쓴다는 건 또다른 문제이다. 어떤 책을 읽고 든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금 신경쓰이고 귀찮기는 한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꽃잎이 날리든 어디론가 사라지는 기억들을 오래 붙들고 있게 해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올해는 소설을 좀 많이 읽었다. 초반에 청소년문학에, 후반에는 단편소설들에 빠졌다. 한동안 잊고 있던 소설의 매력을 다시금 느꼈다. 아직 읽어야 할 것이 몇 권 더 남아있지만 니체를 읽고 정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독서마라톤을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을 꼽자면 <우리가 사랑할 때 말하지 않는 것들>, ,<열하일기>,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이다. <오웰의 장미>,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도 기억에 남는 책들이다. 남은 올해는 니체를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고 오늘 읽은 <더블린 사람들>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고 싶다. 책만 읽다 죽을 거냐는 소리를 듣지만, 책만 읽다 죽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은 아니다. 물론 이렇게 읽을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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