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17-05-2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22
페이지수 : 271
상태 : 승인
도발적이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 단편집은 심란하게 만들더니 이번 단편집은 자꾸만 도발당하는(?) 기분이다. 싸우고싶은 건 아닌데 자꾸만 뭐라고 말하고 싶다. 정신 차리고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기분대로 본격적으로 닦달을 해보련다.
<오직 두 사람>, 첵에 포함된 단편이기도 하고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제목은 뭔가 사랑에 빠진 낭만적인 남녀를 그릴 것 같았는데 아빠와 딸의 이야기이다. 모든 가족이 곁을 주지 않는 아빠인데 화자만은 떠나지 못한다. 그만 벗어나라는 주변의 충고와 아빠의 여자에게 긁힌 이후로 아빠를 떠나지만 병든 아빠에게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조언하며 측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화자의 시선이 조금 섬뜩하다. 자신을 향한 동정과 연민에 깔린 우월감을 꿰뚫어 보지만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고 느끼는 마음 역시 색이 다른 우월감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괜찮다는 말과 문장의 앞뒤를 뒤집는 단언으로 이러한 정서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아이를 찾습니다>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3살에 유괴 당한 아이를 10여년이 지나 찾지만 집안의 가세는 기울고 아내는 조현병에 걸려 있다. 돌아온 아이는 친모로 알고 있던 자살한 유괴범을 그리워 한다. 설정 자체가 다소 충격적이었고 불행의 원인이 소멸되어도 사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는 다소 끔찍하게 느껴지는 진실의 반쪽을 마주해야 했다.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듯, 다른 결말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 나는 '반쪽'이라 표현하고 싶다. 마지막에 주인공은 손주로 추정되는 갓난쟁이를 맡게 된다. 노인이 된 그는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아이는 모든 것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까. 삶은 예측할 수가 없다.
<인생의 원점>도 섬뜩한 잔상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한 여자를 둘러싼 이상한 관계는 김영하의 다른 단편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설정이다. 불륜이나 바람이 문제가 아니고 그녀의 고백이 과연 진실일까가 의문으로 남는다. 작가는 늘 밝히지 않는다. 그저 어두운 결말을 안겨주는데 이 작품은 조금 달랐다. 삼각이나 사각 관계를 그린 다른 작품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늘 안개 속 오리무중으로 남겨지는데 이 작품에서는 자살한 여자를 기억하며 살아남았다는 것에 안도하는 남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남자는 여자의 무의식적인 정서 통제에 넘어가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번 작품집에 상대방의 행동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내려는 인물들이 많이 그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사람들을 <최은지와 박인수>에 등장하는 작중인물의 입을 빌어 "잔잔한 호수만 보면 돌을 던지는 어린애들"이라고 표현한다. 그간 김영하의 단편에는 비극적이더라도 그저 제 감정에 충실했던 다소 감성적인 주인공들이 많았다. 이번 작품들에는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읽게 하는 서술이 이루어진다. 작가의 시선이 이전에 비해 좀더 확장된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런 변화가 읽히는 독서는 언제나 즐겁다.
이외에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옥수수와 나>, <슈트>, <신의 장난> 등이 실려 있었고 모두다 한번 읽기는 아까운 작품들이다. 편히 읽기는 힘든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내용들이다. 다시 한편씩 음미하며 읽어야겠다. 도발적인 책은 나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