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바다: 영혼의 일기
이해인 글가톨릭
( 출판일 : 2026-03-24 )
작성자 :
안○화
작성일 : 2026-09-16
페이지수 : 292
상태 : 승인
해인의 바다 -이해인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주 어릴 때, 친한 옆집 이웃이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
반 강제로 따라서 성당에 다니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천주교 신자이다.
성당에 들어서면 풍겨오는 신성한 향기가 좋았고,
십자가의 길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품이 따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냉담자이다.
성인이 된 이후 열심히 다니고, 냉담하고 반복하며 살다가
사십 대 중반이 된 지금은 매주 성당을 가는 대신 정기 봉사를 한다.
귀차니즘의 죄를 덮기 위한 핑계 일 수도.
종교서적 코너는 처음 가봤다.
까만 수도복과 흰 띠가 둘러진 베일을 감싼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던 수녀님의
묵상 노트를 이렇게 합법적으로 훔쳐볼 수 있게 되다니.
수도자들은 매 순간 본인을 시험에 들게 하고
그 시험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통과해야 하는 하루하루를 스스로 만든다.
수도자의 삶이라고는 하나,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작은 잘못,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 조금은 친절하지 않은 속마음.
그것들을 하나하나 반성하며 사는 삶은
나로 하여금 얼마나 감정을 마구 분출하며 분노하며 사는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갑자기 성당에 가고 싶어졌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신성한 향기가 풍겼고, 따뜻한 품이 느껴졌다.
우리 모두 수도자의 마음으로 산다면
반드시 100퍼센트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산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쓸데없는 상처의 주고 받음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