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우리 몸 안내서
빌 브라이슨 지음 ; 이한음 옮김까치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15
페이지수 : 576
상태 : 승인
근 이주간 스탠드 아래 잠자리 독서로 조금씩 읽었다. 두께가 좀 있지만 소주제로 분류가 잘 되어 있어 나눠 읽기 참 좋은 책이다. 제목 '바디'처럼 몸에 관한 이야기를 총망라하지만 전문적이거나 깊이 파지 않아 편하게 읽히는 책이다. 몸과 의학에 관해 좀 아는 옆집 아줌마의 수다처럼 가볍게 읽기 좋다. 그만큼 이 책은 정보 전달에 위트가 가미된 지적인 스몰 토크를 나눈 기분을 남긴다.
'사람을 만드는 방법'에서 시작되어 '바깥 : 피부와 털', '우리 몸의 미생물', '뇌', '머리' 등으로 확장되어 가는 주제는 '일이 잘못될 때 : 질병', '일이 아주 잘못될 때 : 암',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으로 마무리되며 '결말'로 모인다. 총 23가지의 주제는 개념을 정리하고, 관련된 특이 사항을 언급하고, 그것과 관련된 발견이나 의학 정보를 주는 것으로 갈무리된다. 어디선가 들었던 흥미로운 일과 숨겨졌던 소소한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첨가된다. 다 읽고 나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한줌 재로 돌아가는 몸이지만 삶은 그래도 살만하지 않던가 하는 유쾌한 질문이다. 그 질문에는 몸을 알고 질병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늙지 않고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포용어린 시선이 담겨 있다. 몸에 관한 과학과 의학의 궤적이 찬양할 만큼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업적을 폄훼할 만큼 나쁜 것만도 아니라는 날카롭되 관대한 저자의 통찰이 썩 괜찮다.
읽으며 무엇보다 놀란 것은 의학의 '흑역사'였다. 사람들을 희생시킨 맹목적이고도 오만했던 몇몇 의학적 오류들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했다. 초기 뇌수술이나 위험을 알지 못했던 라듐에 관한 이야기들은 무지가 불러오는 해악을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무지가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말을 불러오는지 말이다. 오죽하면 <의학의 진실>이란 책에 "1865년까지 의학은 거의 완전한 무용지물이었고, 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라는 말을 써있었을까 싶다. 물론 인권 개념조차 거의 없었던 시대 상을 감안해야 할 테지만 말이다.
극악한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일본 731 부대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생체 실험에 관한 독일의 만행은 밝혀지고 처벌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일본의 만행은 대부분 감추어졌고 부대 창설자는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사면을 받아 평탄한 삶을 살았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천식이 원인도 치료도 거의 파악되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또한 희귀병은 2000명 미만에 1명이 발병하는 것이며 약 7000여 종의 희귀병이 있다는 것, 그 희귀병을 다 포괄해서 발병수를 따지면 17명에 1명 꼴로 발생해 희귀병이 아니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각각 질병의 발병인 수가 적기에 치료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당시에 코로나19로 자가 격리 상태였음을 '짧은 후일담'에서 밝힌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앞으로 우리는 좀더 대비를 해야 한다고 끝맺는다. 이 책의 가치가 바로 이 '대비'에서 찾아지지 않을까 싶다. 건강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며 가장 최고로 꼽는 바람이다. 그 건강을 지키고 덜 고통스럽기 위해 과거의 정보를 참고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계속해서 나은 쪽으로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정은 바른 정보와 우리의 관심이 도움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