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9: 암사자 말라이카: 이현 장편동화
이현 지음 ; 오윤화 그림창비
( 출판일 : 2025-11-27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10
페이지수 : 223
상태 : 승인
9권의 제목을 보고는 아무래도 말라이카가 이 편에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라이카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 시작되었기에 더욱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와니니 뒤를 이어 무리를 이끌 것이라 예상되던 에우페가 사고를 쳤다. 좋은 마음이었지만 무리를 위해서는 해서 안되는 일이었다. 말리이카는 그동안 보여줬던 성미대로 에우페를 질책하며 분노하고,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와니니를 도와 무리를 이끈 말라이카는 그랬다. 뻑하면 화를 냈다. 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도 많고 사랑도 많아 끝까지 냉정하게 굴거나 모질지 못했다. 성급했지만 용감했고 누구보다 무리를 아꼈다. 생각과 달리 이 편의 내용 중심에는 에우페가 자리했지만, 에우페를 지켜보는 말라이카를 보면서 어쩐지 그녀에게 인사를 해야할 것 같은 마음은 계속 들었다.
말리이카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에우페 때문이 아니었다. 에우페는 무리의 다른 형제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만약 말라이카가 에우페를 문제를 돕거나 구하려다 죽었다면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말라이카를 희생시키지 않았다. 허구 속 인물이지만 와니니와 함께 이야기를 이끈 말라이카에 대한 존중으로 느껴졌다.
누구나 죽고, 초원에 죽음은 흔하다지만, 그리고 동화라지만 말라이카를 아무렇게나 죽을 수는 없었을 것이며, 그렇게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말라이카는 말라이카다운 죽음을 맞이했다. 겁이 나지만 사자의 품위를 잃지 않고 상황에 용감하게 맞서다 죽어갔다.
와니니 시리즈를 보며 말라이카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현실의 인물이 있었다. 정이 많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늘 신경쓰는 사람이었다. 과한 배려를 하고 존중받지 못하면 화를 냈다. 좋은 사람 컴플렉스로까지 보이는 그 모습이 나는 불편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누가 어떤 평가를 하건 편안해지라고 나는 충고했다. 말라이카의 죽음을 보며 나의 그 어줍잖은 조언이 떠올랐다. 그 사람의 삶은 그대로 존중받아 마땅했다.
와니니 시리즈 9권을 반납하며 10권을 예약했다. 어쩐지 와니니의 죽음을 준비해야만 할 것 같다.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운 것이 예약을 취소하고 시리즈 마지막 권을 읽는 것을 뒤로 미루고싶어진다. 이 놈의 감상이란...
감상에 빠진 김에 읽다가 울컥한 부분을 남기고 싶다.
"...말라이카가 아는 사냥의 모든 것은 실패한 사냥에서 배웠다. 말라이카는 아직 에우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괜찮다고, 엄마는 너를 이해한다고, 조금도 탓하지 않는다고, 한순간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언제나 너를 믿는다고, 실패하는 날에도, 실수하는 날에도 너는 나의 소중한 딸이라고, 검은 땅의 늠름한 암사자라고."(p.176)
이 마음이 내 마음이라 알바하는 딸한테 찍어 보낸 건 안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