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관내분실. 제2회
김초엽 [외]지음허블
( 출판일 : 2018-03-07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6-09-09
페이지수 : 291
상태 : 승인
S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만, 이쪽 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작가 이름이 있어 내가 서가 정리할 때 몇 번 보았던 책등의 작가가 아닌가 하여 빌리게 되었다. 베개맡에 두고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시간만 보내기 일쑤였으나, 반납일이 되어서야 다 보게 되었다. 물론 수상작 중 김초엽 작가의 '관내분실' 작품에 한해서만.
이게 잃어버린 책 이야기였다면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가 좀 더 빨랐을 지도 모른다. 그땐 내 경험의 영역에 접해 있으니,
사람의 시냅스 연결을 그대로 복원해서 만든 마인드라는 설정이 특이한 점인데, 죽은 사람 중 뇌사 등으로 죽게 된 사람들의 뇌만 전자화해서 도서관 처럼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어머니의 흔적을 좇아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의외로 단순히 이름(청구번호)로 찾을 수 없는 그녀를 찾는 단서는(스포일러지만) 내가 도서관에서 분실도서를 찾는 테크닉 중 하나인 책등 의 이미지를 찾아서 그것과 비슷한 색상의 책등을 주변시로 찾듯, 활자 문명이 살아있는 시절의 자신이 편집한 책표지였다.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사회에서 자리가 있고 자신의 일이 있던 시절의 단초.
저자는 이런 도서관에서의 분실-아무도 정확히 기억해 주지 않아 잊혀져 가는 어떤 것-에 사람의 정체성의 분실을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출산휴가-육아휴직에서 사실상 권고사직으로 넘어가는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적지 않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기가 커리어 우먼 시절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시간을 보냈으며 어떻게 연애를 했고 하는 나름 자기 정체성에 중요한 것들이 다 뒷전이 되면서 우울감이 몰려온다. 은하씨라고 하는 지민의 어머니였던 캐릭터는 양극성장애까지 겹쳐서 그런 혼란이 몇 배로 크게 왔겠지...
그게 병력이 유전이긴 해도 주인공에게 유전이 된 것 같진 않긴 한데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로도 깔끔하게 결말지어진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 이래로 감성SF가 점점 대세가 되어가는 시대에 김초엽의 작품도 드라마화 하면 나름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시간이 된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도 읽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