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김영하 장편소설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04
페이지수 : 290
상태 : 승인
김영하의 단편소설집이다. 책 제목이지 수록된 단편소설의 제목인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어진다. 그 남자는 바로 읽고 있는 누군가일 것이라고 말이다. 나에게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엘리베이터에서 살아나와 지금 노트북에 앉아 독서일지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이건 제발 무탈하라는 희망사항이다.
김영하의 소설들은 작가의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히 파격적이다. 무수한 작품들 중 일부만 읽었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도 하나같이 파격적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환상적인 내용이 곳곳이 들어가 있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한 내용들이 많다. 난감한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섹스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상황은 자꾸만 극단으로 치닫는다. 현실이 그렇고 감정적으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런 것은 부분적이며 감정이 그렇게 너무 과잉되면 안된다고 자꾸만 말리고 싶어진다. 인물들이 하나 같이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를 구하지는 않고 내내 어떻게 되었나 걱정만 하면서 파도에 휩쓸리듯 제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인물, 제가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가 더 사랑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각색하는 여자, 사랑을 하면서 투명인간이 된 남자, 오줌까지 싸며 낙뢰를 맞는 사람들, 더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20대 초반의 청년들, 관계하지 않아야 할 여자와의 연애를 끊지 못하는 남자 등 제 삶을 너무 학대하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들의 삶에 대한 이들의 수동성과 제 존재를 고통에서 찾는 능동성에 숨이 막힌다.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 인물들을 말리고 싶고 선생님 노릇을 하고 싶어진다.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학의 형태를 은밀히 숨긴 자학이 가슴 아프다.
어쩐지 심수봉의 노래가 생각나는 인물들이다. 백만송이 장미 같은 사랑, 사랑 밖엔 모르는 사람들이 이들과 겹쳐진다.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제 삶을 기꺼이 제 감정에 흔들리도록 두는 사람들이다. 내가 될 수 없는 모습들이다. 엘리베이터에 낀 사람들은 그들일 터이다. 힘이 들어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끼인 상태로 밤이 되면 그저 생존을 받아들일 사람이다. 기꺼이 나락을 감내하는 이 사람들을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란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