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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코딱지

김진완 글 ; 정설희 그림노란돼지 ( 출판일 : 2014-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02
페이지수 : 48 상태 : 승인
자주 가는 신율봉 도서관에 이 그림책으로 원화 전시를 하고 있다. 마초 스타일의 고릴라가 눈길을 끄는 원화를 보니 내용이 궁금해졌다. 역시 원화와 그림책은 또 다른 느낌이다. 그림책은 원화의 그림 그대로 실려 있지만 광택이 있는 종이 재질은 고릴라의 마초스러움을 좀더 가볍고 친근하게 전한다. 반면 살짝 톤 다운된 느낌으로 깊이 있게 느껴지는 원화는 고릴라에게 좀더 진중하고 무거운 성격을 부여한다. 같은 그림도 어떤 물성으로 전해지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다른 것이 참 신기하다.
선명하고 또렷한 정설희의 그림은 앤서니 브라운을 생각나게 한다. 그림책보다는 원화에서 그림 느낌이 더 비슷하다. 그림책에서는 그림풍보다는 앤서니 브라운이 즐겨 사용하는 트릭이 재현된 부분이 더 잘 보여 그를 떠오르게 한다. 코딱지를 파는 단순한 내용을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숨긴 그림들이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그림을 볼 때마다 작가의 재치에 웃겨 된다. 고릴라에 대한 표현과 그림 방식이 앤서니 브라운을 오마주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글 작가인 김진완은 좋아하는 시이자 그림책인 <기찬 딸>의 작가이다. 작가의 글은 반복을 통해 코딱지에 대한 고릴라의 집착을 강조하고 부각시킨다. 코딱지를 골몰하던 고릴라는 그 모습 때문에 인기도 얻고 결혼도 한다. 그리고 아들의 기지로 코딱지를 해결한다. 그러나 곧 귀지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인생은 없다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전해진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것이 곧 여기 있다고 따라온다.
사실 코딱지는 그렇게 편한 소재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한 문제를 감추기보다 이렇게 드러내는 방법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고릴리가 인기를 끈 이유는 중 하나는 이렇게 제 문제를 밝히는 것에 대해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저 제 문제에 골몰한 것이다. 다른 이의 심리적인 불편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비판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딱히 어떤 피해를 주거나 한 건 아니다. 다소 사회성 부족으로 비쳐지는 투박한 고릴라의 모습은 예쁜 꽃 하나로 부드러워진다. 그의 솔직함이 무례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막무가내가 아니어서일 테다. 어찌 보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여튼 그림책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는 것은 어른인 나이다. 아이들은 그저 코딱지를 파는 고릴라와 그림 속 트릭에 웃기 바쁠 것이다. 나도 그저 편안히 원화를 보며 신나게 웃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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