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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장편소설

장류진 지음창비 ( 출판일 : 2021-04-15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9-01
페이지수 : 364 상태 : 승인
집안일을 하고는 쉬려고 앉아 잠시 본다는 것이 그 자리에 붙박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만큼 잘 읽히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재작년에 장류진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는 독서 모임 책으로 정해진 작가의 다른 소설집 <연수>를 하루에 한두편씩 꼼꼼히 읽고 있는 중이었다. 장편인 <달까지 가자>는 이러한 단편들과 문체는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또다른 느낌을 줬다. 작가의 단편에 담긴 현실감 넘치고 구체적인 요소들이 장편에서 두드러진 장점으로 살아났다.
이 작품은 코인 이더리움에 투자한 제과회사 직원들의 모습을 직장 내에 보이지 않은 계급(특히 부와 연결된)과 긴밀하게 연결시키며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원룸 5~9평에 사는 주인공 3인방 다해, 은상, 송이는 마론제과 입사 동기이다. 사실 이들의 입사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특채 형식의 채용에 따라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으며 서로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중이다. 잘 지내던 세 사람은 이더리움 투자로 수익을 거둔 은상의 제안으로 다해까지 코인 투자에 빠지면서 코인를 싫어하던 송이와 갈등을 겪게 된다.
읽는 내내 그래프만 바라보며 등락폭에 울고 웃는 다해처럼 나 역시 이들이 쪽박을 차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다. 원룸의 평수가 말해주듯 고생하며 사는 이들이 꼭 대박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코인을 한다고, 그건 도박이라고 힐난하기보다 이들이 왜 이렇게 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모를 코인에 매달리는지 십분 이해되었다. 달까지 가라고,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 소설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품은 투자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가 왜 주식과 코인 등의 투자에 온힘을 다하는지 환경적이고 심리적인 맥락에 주목한다. 물론 개중에는 생각없는 묻지마 투자와 한방에 한몫 잡겠다는 허황된 일확천금의 꿈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이처럼 맹목적인 불나방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의 노력으로, 성실과 최선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경제적인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최고조의 경쟁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붙박이장처럼 고착된 이 사회의 맹점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이들이 원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올라가는 보증금과 월세는 이들에게 화장실 변기가 보이지 않는 공간을 약속해주지 않는다. 소설은 그 울분을, 그 좌절을 코인을 빌려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하고 싶어한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성실히 회사 생활을 하고 싶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들여와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 방식은 다르더라도 사회에 기능하며 사치스럽게 호화스러운 생활이 아닌 그저 보통의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아프고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 현실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제대로 여행 한번 가볼 수 없는 이들의 상황은 달을 꿈꾸게 만들었다.
장류진은 직장 생활을 10여 년 하다가 전업 작가로 전향했다. 단편 대부분이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참 고맙고 소중한 경험이다. 이토록 생생하게 전해지는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자신이 속했던 세계의 이야기를 전하며 달까지 가는 역량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더디더라도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문학은 세상을 바꾸지 못해도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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