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8: 갈라진 앞발들: 이현 장편동화
이현 지음 ; 오윤화 그림창비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30
페이지수 : 223
상태 : 승인
대부분의 책을 기대감을 품고 읽지만 대출할 때부터 설레이는 책이 있다. 와니니 시리즈가 그중 하나이다. 첫 권부터 감동을 주더니 4권에서는 눈물 쏙 빼는 인생 메세지를 주었다. 읽는 모든 차례가 빠짐없이 좋았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순서가 없었다. 나는 이 책을 '푸른 사자 와니니'라 부르지 않고 '사랑하는 와니니'라고 부른다. 7월에 와니니 시리즈가 총 10권으로 완결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며 부랴부랴 읽어야 할 차례인 8권을 대출했다. 7권을 접한 지 근 1년 만이라 와니니 가족이 가물하던 참에 면지 다음에 정리된 암사자 '와니니 무리'의 계보가 명절에 가족을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다.
8권의 이야기는 개코원숭이 투키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인간과의 접촉이 주요한 화두였던 7권에 이어 8권에서는 아예 인간이 사는 곳에 가게 된 동물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투키오는 임팔라까지 사냥하는 강한 면모와 잔인하고 투쟁적인 개코원숭이들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인간에게 있는 그러한 면모를 자동적으로 반사한다.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고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습득된 둥물의 습성을 비판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초원 내에 지어진 리조트에 사는 개코원숭이들이 후천적으로 획득한 강한 배타성에 질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투키오는 초원에서 살다가 우연히 리조트로 유입된다. 무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던 투키오는 유입된 코끼리를 겁박하고 다른 종류의 원숭이를 죽이는 무리를 보며 큰 충격을 받는다. 초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법을 찾는 투기오의 서사는 투키오는 정의감이 넘치고 바른 생활을 하는 유형의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초원에서부터 잔꾀를 쓰고 리조트에 와서는 권력 투쟁에 개입해 속임수를 쓰던 투키오이다. 그러나 투키오는 이유없는 살생을 할 수는 없으며 제 땅을 지키기 위해 다른 동물들을 배척할 수는 없었다. 그는 리조트의 생활이 편하지만 무리의 방식을 따를 수는 없다. 결국 투키오는 다시 초원으로 떠나기로 한다.
조금 아쉬움이 남고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와니니 시리즈는 주인공들이 함께 생존하기 위해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며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때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상황을 바뀌기보다는 떠나는 것을 선택한다. 초원에는 늘 싸움이 벌어지지만 와니니 시리즈의 인물들은 정면 승부보다는 다른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장점도 있지만 가끔 아쉽기도 한 부분이다. 와니니 자체가 무리에서 내처진 인물이고 소외된 인물의 고난 서사가 감동을 주지만 세계를 지켜보기만 하고 쟁취하려는 투쟁심이 결여된 부분은 다소 아쉽다. (아무래도 니체가 내 맘 속에 꽈리를 틀었다.)
빈 땅이 있을 때는 싸우지 않아도 되지만 모든 땅에 주인이 생기면 싸울 수밖에 없다. 투키오는 초원을 모든 동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인식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공존이 평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자처럼 경계를 긋고 제 땅이라며 포효하는 방식의 생존도 공존한다. 와니니 무리는 이제 20여 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가 되었다. 말미에 등장하는 숫사자 3마리는 곧 초원에 전쟁이 벌어질 것은 의미한다. 이미 몇 번의 도전을 받으며 지켜낸 검은 땅이다. 평화를 기대하지만 이상으로 그칠 것이 분명하기에 어떤 방식으로 싸우고 지키고 피해 나가야 할지는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개인에게도 무리에게도 던져진 숙제이다. 와니니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남은 2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