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지음 ; 김남우 옮김열린책들
( 출판일 : 2014-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8
페이지수 : 301
상태 : 승인
읽는 게 고역이었다. 참을 수 없는 '비논리성'에 기함하며 니체라는 이름으로 참고 읽었다. 연구자이거나 니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책 내용으로만 보면 권하지 싶지 않은 책이다. 역자는 후기에 이 <비극의 탄생>이 발표되고 난 후 쓰여진 신랄한 반박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내 맘이 딱 그 기사 작성자 빌라모비츠의 맘이다.
강하디 강한 어조의 니체는 이보다 더 강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고 단정적인 문체로 디오니소스를 찬양한다. 그는 아폴론을 조형 예술의 상징으로 디오니소스를 음악 예술의 상징으로 이해한다. 나아가 니체는 아폴론은 이성으로 디오니소스는 예술적 감흥이자 억압당하지 않은 본질 같은 것으로 설명한다. 그는 디오니소스를 그리스 비극의 원형적 정신이자 심상으로 이해하면서 이 비극을 망친 주범으로 에우리피데스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니체는 에우리피데스가 그리스 비극 정신을 망친 이유를 소크라테스를 따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 소크라테스에 대한 니체의 불호가 거의 혐오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졌었기에 그럴 수는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비난에 아무런 논거가 없다. 세 작가의 작품들을 비교 비평하거나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의 어떤 부분이 소크라테스를 흠모한 것이며, 그 지향이 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에우리피데스를, 소크라테스를 이성적 세계관의 상징이자 그리스 정신을 망친 주범으로 몰고갈 뿐이다. 후반부에 잠깐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의 작중 인물 성격 묘사 특징을 비교하지만 구체적인 예도 없고 설득력도 거의 없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가 있다.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그들이다. 만약 20여 년 전에 이 작가들의 비극집을 읽지 않았다면 니체의 글을 읽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몰라서가 아니다. 어떤 작품을 읽지 않아도 그 작품에 대한 논의를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얼마나 많은가. 니체의 비난에는 근거가 없다. 그래서 힘들다. 왜 그런지 이유가 없다. 그가 말하는 내용들은 그 이유가 될 수가 없는,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비난이 대부분이다. 그는 '의지'를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는 무엇도 참을 수 없는 듯하다. 세 작가의 비극을 읽거나 당시에 상영된 비극을 본 사람이라도 니체의 글이 가진 비논리적인 비난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읽었기에 답답해 하기라도 할 수 있었으니 하는 말이다.
그냥 본인의 취향을 밝히는 글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니체는 왜 이리 강한 어조로 자기 말만 맞다고 하는 걸까. 초기 저작이라 필력이 거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포용하기 쉽지 않은 글이다. 저 위의 빌라모비츠가 당시 교수였던 니체에게 교수 자리에서 내려가라는 말을 한 것이 십분 수긍된다. 만약 말미 부분에 아폴론적인 예술과 디오니소스적인 예술이 합쳐지거나 같이 가야 한다는 식의 결론이 없었다면 '금서'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다. 시간 낭비가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다, 생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치자.
니체는 저작 시기에 따라 누군가와 철학 이론에 대한 평가를 달리한다. 칸트와 쇼펜하우어, 바그너 등에 대한 니체의 태도 변화는 흥미롭다. 이 책 보다 먼저 읽은 <선약의 저편>, <도덕의 계보>, <우상의 황혼> 등에서 니체는 칸트와 쇼펜하우어 두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초기작인 이 저작에서 니체는 두 사람의 주장에, 특히 쇼펜하우어의 경우 책의 일부까지 갖다 쓰며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생각이 변화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그너를 찬양하고 서문까지 헌정하지만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그의 음악에 대해 언급을 하지만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는다. 연보를 보니 <비극의 탄생> 출간 당시에는 바그너와 사이가 좋았는데 5~6년 후에 서로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철학에 관련한 생각은 충분히 변할 수 있지만 바그너와의 친분은 틀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아직 읽지 않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보면 알게 될 것 같다.
한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는 편이지만 힘들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읽은 책을 빼고는, 이렇게까지 참을 인을 되새기며 읽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앵그리 니체의 결정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앵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