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진 리스 소설
진 리스 지음 ; 윤정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5
페이지수 : 328
상태 : 승인
책을 읽기 전 사르가소 바다를 검색해봤다. 북대서양에 있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섬나라 자메이카 앞에 넓게 펼쳐진 바다이다. 해조류의 하나인 사르가숨이 많이 자라는 곳이라 붙어진 이름이란다. 책을 읽다가 다시 자메이카를 검색해본다. 자메이카 역사를 좀 알아야 내용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가까워진다.
읽으면 읽을수록 숨이 막힐 듯한 적도의 더위가 느껴진다. 모국인 영국의 노예제도가 폐지되자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대농장주들은 파산하고 노예였던 해방 흑인들의 적대적인 배척에 시달린다. 남겨진 영국인들의 회합에 들어갈 수 없었던 앙투와네트 가족의 이야기가 처참하게 그려진다. 그 이야기에는 제국주의와 가부장의 폭력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대놓고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적나라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힘에도 문학성이 상당하다. 앙투아네트와 남편의 갈등이 사실적이면서도 공감이 가는데 그 갈등이 그대로 상위의 주제와 자연스러우면서도 강하게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부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두 사람이 가진 개인적인 취약점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이들을 둘러싼 시대와 사회를 지배하는 관념들의 영향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개인과 환경의 불가분한 관계를 놀라울 정도로 아프게 그린다.
살이 데인 듯한 뜨거움이 느껴지는 것은 작품 속에 그려지는 더운 공기와 불 때문만은 아니다. 앙투아네트 부부의 상처와 고통, 그 첨예한 대립이 여전하다는 각성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제인 에어>의 광녀로 설명되는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의 아내 버사를 주인공으로 끌어와 쓰여진 소설이다. 작가 진 리스는 브론테의 소설 속 버사의 모습에 분노를 느끼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독립적인 여성을 그리는 소설이 제국주의적 폭력성을 그대로 담습한 부분을 발견하고 외전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쓴 것이다. 이 스핀오프는 <제인 에어>가 놓친 부분을 너무나 아프게 메운다. 로체스터의 아내 앙투아네트의 비극이 아프고 또 아프다. 앙투아네트가 지른 불에 심장이 먼저 타버린 느낌이다.
사랑했지만 무력했던 여성은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고 촛불을 들고 방화를 시도한다. 감금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쳤다는 정의에 맞는 행세를 하는 것이다. 억압 받던 흑인들이 하던 그 행위대로, 자신의 공포를 느꼈던 그 모습대로 그녀는 움직인다. 흑인 노예의 입장에서 앙투아네트가 가해자의 위치에서 피해자가 됐듯 결국 남성들도, 강자도 피해자가 된다. 소설의 당신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화해를 종용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제 불안함을 상대에게 투사하며 강자로 군림하는 길을 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남편에게 한 앙투아네트의 말을 남긴다.
"당신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이곳은 내 편도 당신 편도 아니예요. 우리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는 그저 장소이고, 자연이에요. 그래서 당신이 이곳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로군요. 이곳이 당신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자연이 누구 편도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여기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아무곳도 사랑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자연은 당신이 흔히 불러대는 하느님처럼 인간에게 무관심해요."(p.194)
불길함은 자신의 무장을 합리화한다.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거창하게 나가지 않더라도 나의 두려움이 누군가를 향한 화살로 변모하지 않기를 바라며 앙투아네트를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