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수지 지음비룡소
( 출판일 : 2014-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4
페이지수 : 50
상태 : 승인
올봄에 개관한 그림책정원1937에서 '이수지 그림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수지 그림책을 다 보고 전시회를 다녀 오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수지 데뷔작인 이 그림책을 포함해 몇 권은 뒤늦게 읽게 되었다. 다른 그림책들은 그림책과 원화나 재료와 물리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는데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시회 작품과 그림책 차이가 정말 컸다.
그림책은 팜업북이 아닌 이상 평면적인 물성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화(?)라 할 수 있는 원작이 팜업북처럼 입체적이고 구조적으로 제작되었다. 이 그림책에도 그러한 특성이 반영되었지만 책에 싣기 위해 사진이라는 평면적인 변형을 거쳤다. 실물로 본 것이 다양한 표현 기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전시회를 11월 초까지 한다니 이 글을 읽는 누구든 꼭 가보시기를 권한다.)
이 그림책은 복잡하고 어둡고 무겁다. 사실 나처럼 심약한 사람은 으시시한 느낌까지 느낄 수도 있다. 공연장 안에 있는 엘리스로 추정되는 아이에게 토끼가 나타나고 그 토끼를 따라가다 둘이 합쳐진다. 토끼 합체 엘리스는 공연을 하고, 엘리스 합체 토끼는 엘리스가 있던 공연장으로 돌아오고 청소하는 여자(엘리스 엄마 추정)가 나타나고... 암막처럼 있던 한쪽 페이지가 무너지고 손이 나오고 등등 그림책의 일반적인 형식을 파괴할 뿐 아니라 서사의 진행도 파격적이다. 가히 '실험적'이라는 말을 아무런 망설임없이 붙일 수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상상력이 극대화되겠지만 나는 묘한 혐오감이 올라온다. 유쾌한 상상 대신 불쾌한 감정이 선두를 치고 나온다. 꼭두각시처럼 느껴지는 엘리스, 수상쩍은 토끼의 눈, 토끼가 엘리스의 목을 잡고 둘이 합쳐지는 기괴한 그림 등이 좀 마땅찮다. 세상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원래 이렇게 복잡하고 해괴한 곳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냐고 질문하는 것만 같다. 네 마음도 이렇게 어지럽지 않냐고 도발하는 것만 같다. 그냥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그렇게 사는 것 아니냐고 피하지 말고 직시하라고 직언하는 말처럼 그림들이 사진들이 나를 자꾸 '긁'는다.
그런데 전시된 원작들은 이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소품처럼 느껴지는 이 그림책의 원작들은 재미있고 귀여운 느낌을 전해준다. 마치 작은 공연장을 꾸며 놓은 듯한 전시 형식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물성이란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원작과 너무나 다른 느낌의 그림책이라니 참 재미있는 경험이다. 작가는 둘 중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작업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경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이수지 작가는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작 작업물과 책으로 나온 그림책과의 경계도 고심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