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 인간의 운명에 도전한 최초의 영웅
오수연 글 ; 조승연 그림문학동네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3
페이지수 : 156
상태 : 승인
그림책 서가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전하는 서사시를 이야기처럼 풀어쓴 책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었지만 호기심이 동해 빌려온다. 죽음을 찾아 헤맸다는 희미한 정보만 접했을 뿐 실제로 길가메시 서사시를 접해보지는 못했다. 일단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집어 들었다.
원전 해석본을 읽어봐야 좀더 정확히 판단하겠지만, 초등학생용이라도 내용을 참 잘 정리한 책이었다. 문장도 어휘도 당연하게도 쉬웠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잘 읽혔으며 무엇보다 짜임새가 탄탄했다. 중간중간 삽입된 판화풍의 그림도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삶을 잘 표현했다. 어린이들이 읽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읽기는 쉬웠더라도 이 신화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지는 쉽지 않을 듯하다.
신들의 사랑을 받는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지만 거만함과 냉혹함으로 인해 원성을 듣기도 한다. 신들은 길가메시를 원망하는 사람들의 호소를 듣고 강인한 엔키두를 만든다. 두 사람은 잠시 적대하지만 절친한 친구가 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하지만 엔키두가 죽자 길가메시는 죽음에 큰 두려움을 느끼며 영생하가 위해 신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신화의 내용이 상당히 감성적이라 놀랐다.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고 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모습은 여느 인간의 모습이었다.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신들이 보호를 받아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는 한계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열정이 너무나 뜨거워 안타까운 느낌을 배가시켰다. 잘난 만큼 살고 싶어하는, 겸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길가메시의 모습은 그대로 인간의 모습이었다. 지략적이나 지혜롭지는 못한, 용기도 힘도 강하지만 성급한 길가메시는 철저하리만큼 자기 중심적이었다. 기원전 몇 천년 전의 이야기였을 이 이야기는 죽음을 인지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이기심을 어느 정도 중화시키는 기능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영웅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 갈가메시의 이야기 역시 그랬다. 죽고 싶지 않아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보는 이 가여운 몸부림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길가메시 죽지 않기 위해 세상을 헤매다 늙어 버린다. 이러한 삶은 허무한 것일까, 괜찮은 것일까 하는 의문도 떠오른다. 죽음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겸허함을 잊지 않게 하지만 죽음과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길가메시는 죽음을 궁금해 하지는 않았다. 엔키두의 나야해진 모습에 큰 두려움을 느끼며 그저 죽지 않기만을 바랬다. 나는 죽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길가메시가 된다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헤맸을 것 같다. 물론 누군가의 삶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비교하며 어떤 것이 낫다는 평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열심히 나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답을 오늘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