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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 김희정 ; 조현주 [공]옮김웅진지식하우스 ( 출판일 : 2023-11-24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2
페이지수 : 360 상태 : 승인
'숨어버린'이란 부제목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형이 암으로 죽은 후 그 유명한 잡지 '뉴요커'의 탄탄한 자리를 마다하고 제목처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퓰리처 수상자를 스티븐 킹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란다. 이건 놀랄 노자라는 생각도 잠깐, 일다 보니 저자는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흔히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세상을 대하는 시선을 바꿔 놓는다고 한다. 작가 역시 너무나 가깝고 사랑하는 형이 죽은 후 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견딜 수가 없는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그는 슬프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마음을 미술관의 그림을 바라보며 인식한다. 적막이 흐르는 듯한 고요한 그림들을 사랑하며 그는 영혼이 나간 듯 텅 빈 자신의 상태를 오롯이 받아들인다. 그런 저자가 슬프기 위해 '숨어버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림을 향했던 그의 눈은 점차 다른 경비원에게, 미술관을 방문한 방문객에게, 그림에 드러난 세상의 고통으로 옮겨 간다. 그의 마음이 옮겨 가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저자는 미술관을 떠나게 된다. 충분히 애도한 것이다. 제 마음을 읽는 시간이 필요했고 충분히 가진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좋은 직장을 운운하는 건 어찌 보면 웃기는 말이다.
그림을 바라보며 자신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하는 저자를 보면서 이 사람은 형이 아니더라도 그 직장을 다니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누군가가 부여한 의미가 아닌 자신이 부여한 의미로 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유명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의미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만나며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형의 죽음은 조금 일찍 직장을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싶다.
저자가 미술관을 떠나는 직접적인 이유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형 때문에 미술관에 들어왔지만 아이 때문에 미술관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시간 활용이 좀더 자유로운 도시 투어 가이드로 전직을 한다. 그는 충분히 애도했다고 소제목에 적었지만, 나는 한편으로 저자가 메트로폴리탄의 예술 작품들을 충분히 탐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그가 바라보고 연구할 세계가 좀더 역동적인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 걸린 미술관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된 것 같다. 저자의 경험들은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에 책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 가이드입니다"가 제목이 되지 않을까.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참 좋았다. 어디에도 없는 그 사람만의 목소리였다. 언급한 작품들을 보고 싶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를 들어갔지만 책에 안내된 방법과 작품명으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다. 포털에 검색을 하니 어느 부지런한 블로거가 이 책에 나온 모든 작품들을 올려놓었다. 적절성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그저 고마웠다. 저자의 글을 이해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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