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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이수지 지음비룡소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20
페이지수 : 40 상태 : 승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얼음 위에서 피겨를 하는 듯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우아하게 스케이팅하는 소녀를 따라갔다. 마음이 편해진다. 빙글빙글 돌며 절정에 이른 스케이팅은 찰나의 순간 멈춘다. 엉덩방아를 찐 것이다. 다음의 전개가 파격적이다. 이 마무리가 소녀가 그린 곡선보다 더 아름답다. 그저 일어나 스케이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단하지 않은 심드렁이 작용한다. 넘어졌으니 일어날 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이 소녀는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자신의 선을 완성하지 않는다.
그간 만난 이수지의 그림책 중 가장 좋다. 경계 3부작은 나를 읽는 듯 부담스러웠지만 이후에 읽은 <강이>는 뭉클했고 <여름이 온다>는 생동감이 좋았다. <동물원>은 역지사지의 성찰을 안겨 주었다. <선>은 이 작품들과 좀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엉덩방이를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지각으로 이어진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공간에 다른 사람들을 담지 않는, 정서적으로 다소 배타적으로 느껴졌던 그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빈 공간에 다른 사람들로 채워진다. 다른 선을 그리는 사람들인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읽고 해석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완성하는 독자들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녀는 다시 원을 그린다. 그 원은 함께 그리는 원이다. 그 원은 아까처럼 편안하지는 않다. 그리고 북적인다. 혼자도 탈 수 있지만 같이도 탈 수 있는 것이다. 소녀는 느긋하게 누워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다 함께 스케이팅을 한다. 겨울은 춥지만 함께 있어 즐겁다. 그 모습이, 다시 그린 시끌벅적한 원이 참 아름답다. 이런 게 원 플러스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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