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소설
김애란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17-06-28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17
페이지수 : 272
상태 : 승인
제목처럼 바깥은 여름이다. 아주 무더운 여름이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춥다, 많이 춥다. 김애란의 단편 소설집이다. 한편을 빼고는 모두 다 죽음이 나온다. 아이의 죽음, 개의 죽음, 언어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모르는 이의 죽음, 남편의 죽음 등 감당하기 어려워 슬퍼할 수조차 없는 죽음들이 나온다. 그래서 작중 인물처럼 읽는 것도 무겁고 힘들다.
주변인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슬픔 외에도 다양한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른 이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무지를 탓하고, 진실을 알게 되고, 원망을 하는 등 죽음이 가져오는 혼란 앞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작가는 그저 인물들이 정신을 놓은 듯이 보내는 일상을 담담히 서술한다. 그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이들의 삶이 이리 된 것이 누군가의 죽음 때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죽음은 억압되어 있던 결핍과 삶의 태도를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삶에 매진했던 엄마는 다른 이의 시선이 두렵고, 할머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년은 개의 죽음을 마음만큼 존중하지 못한다. 죽음을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픔과 고통을 딛고 이들은 변할 수 있을까. 이것은 독자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일 것이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이 삶을 그대로 살아갈 것인지 묻게 만든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은 마음껏 사랑하라는 감상적인 주문과 함께 이 삶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 한계 때문에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성찰이 좀 오래 가면 좋을 것을 책을 읽으며 따라온 죽음에 대한 사유와 느낌이 곧 사라진다. 뜨거운 햇볕 아래 증발하는 물기처럼 말이다. 김애란은 용기를 내라고 이 글을 쓰지 않은 것만 같다. 나에게 노화는 삶에 대한 애착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감흥이 떨어트리는 쪽으로 작용한다. 다소 무거운 김애란의 책은 나를 마치 작중 인물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죽음을 의식하며 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소설 속 인물들처럼 죽음을 겪고 있는 듯 무기력한 누군가가 된다. 그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나는 여기서 어떻게 더 잘 살아갈 수 있을까로 치환된다. 잘 살 방법을 찾으려는 질문이 아니라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항변 같은 것이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더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버티지 않아도 된다고, 쓰러져 울고 싶은 만큼 울으라고 말이다. 보이지 않는 몸에만 발진이 올라오는 피부병을 겪는 작중 인물이 있었다. 고통은 그런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다. 아플 만큼 아파도 괜찮다. 더 씩씩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교훈을 죽음으로부터 얻지 않아도 괜찮다. 억지로 일어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속삭임은 작은 위로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