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한국어: 문지혁 장편소설
문지혁 지음민음사
( 출판일 : 2026-05-22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12
페이지수 : 268
상태 : 승인
초급, 중급을 거쳐 <실전 한국어>에 이르렀다. 문지혁의 오토픽션 3권에 이르렀다. 이야기 방식이 앞의 2권과 많이 흡사해 조금 지루한 느낌으로 읽어 나갔다. 저자의 삶이 확실하게 편안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뭔가 궤도에 안착했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 인생도 30대 중반이 넘으면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며 재미 없어지지 않던가. 하지만 안도 혹은 지루할 무렵 장년기에는 청춘기의 힘겨움과은 다른 고난이 시작된다. 어깨에 올려진 둔중한 무게감을 겪어내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으면 나뿐 아니라 연결된 다른 사람들도 힘겨워지는 빠져 나갈 틈일 주지 않는 그런 고난 말이다. <실전 한국어>도 그랬다. 중반을 넘어서자 이전과 같은 형식으로 책은 진행됐지만 서사의 질이 달라졌다. 거기에는 죽음이 있었다.
책을 내고 나름 성공을 거두지만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문지혁은 대학 전임 면접을 보고 떨어진다. 구청에서 열린 스토리텔링 수업을 맡게 된 그는 여기저기에서 죽음과 질병 소식을 듣는다. 고마운 은사의 죽음, 아내의 수술, 그리고 폐렴으로 발전된 자신의 혹독한 코로나 앓이에다 수강생 중 한 명의 죽음까지. 언제나처럼 그는 사는 게 버겁다는 말을 쏟아내지 않지만 사는 게 고역이다. 어린 시절 두 사람을 끌고 들어가 죽을 뻔했던 익사 사고는 그의 현재의 마음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그때만큼 힘들고, 그때만큼 자신이 누군가를 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누구도 예측할 없는 삶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그는 여정을 끝낸 주인공은 얻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얻은 것은 '엄마'로 보인다. <초급 한국어>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어 '엄마'를 잃었다며 엄마의 죽음을 알리며 끝을 맺는다. <중급 한국어>에서 그는 첫 아이를 키우며 엄마를 잃은 슬픔을 달래며 힘을 얻는다. <실전 한국어>에 이르러 그는 '엄마'라는 단어를 되찾는다. 제 질병에 마음 아파하며 걱정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아이들이 그에게 보내는 사랑을 통해 제 안에 엄마가 살아있음을 느낀 것이다.
이 작품에는 아들을 잃은 부모가 나온다. 그저 아들의 과거를 쫓아 문지혁의 수업까지 들어온 이들 부부는 그 여정을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말도 안된는 일이 일어났다고 쏟아내는 아버지의 항변에는 술 마시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아픔이 가득하다. 그는 이들을 절절히 위로하지도 못한다. 다만 아들의 이야기를 쓸 뿐이다. 그의 마음에는 엄마에게 내려온, 아이들이 보내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찾은 단어 '엄마'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품는 이야기로 변한다. 그가 수업에서 말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나 아파요에서 시작된, 당신도 아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