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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시간

이진희 글·그림글로연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11
페이지수 : 48 상태 : 승인
얼마 전에 읽은 그림책이 여운이 남아 같은 작가의 그림책을 찾아보았다. 작가 이진희의 <도토리시간> . 전에 본 <나의 그림책 이야기>와 비슷한 색감의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그림책의 내용 역시 <나의 그림책...>에서 느낀 것처럼 나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아주 지친 날 아주 조그만해져서 아주 작은 그림 속 도토리 속에 들어가 쉬는 사람의 모습.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나처럼 조금 더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책 속 '나'를 받아주는 다람쥐가 나온 이후부터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털도 풀도 보드랍게 표현해 지친 사람이 그저 쉬어갈 수 있는 그림책이 되어준다. 이 조용한 그림책에 잠시 위안을 받다보니 어제 저녁 작은 갈등으로 이제껏 조금 불편한 큰 아이가 떠오른다.
며칠 새 사소한 다툼이 이어진다. 내 마음 속에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아이를 탓하는 마믐이 컸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받아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앞두고 긴장된 상태에 있을 것인데 말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 마음을 헤아리고 받아주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마음이다. 일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보다는 뭐든 성에 안차는 그 마음이 더 힘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딱딱했던 나의 대응이 마음에 걸린다. 이 그림책이 그리려는 안식과 포근함을 원했을 텐데...
그림책의 '나'는 자신이 쉬는 동안 그 시간이 필요한 다른 존재들의 시간을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허용한다. 그 허용은 있어도 된다는 허락 같은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침범하지 않는 것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수긍이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두는 것이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그 마음을 수긍해주었어야 했다. 사랑하니까.
아이는 지금쯤 도토리시간에 빠져 있을까. 그렇다면 부디 잘 쉬고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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