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책 이야기
이진희 글·그림비룡소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07
페이지수 : 44
상태 : 승인
나를 표현하는 것 같은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이건 소설을 읽다 작중 인물의 누군가가 나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흐름이 말 그대로 나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 같은 책, 이 그림책이 그랬다. 앞뒷면지에는 책이 가득하다. 선명하지 않은 흐릿한 색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공간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무감하게 있지만 그게 또 자연스럽고 편하다. 한권씩 두권쯤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그런 풍경이다.
그림책의 이야기는 작가의 책상에 놓인 이야기들에서 시작된다. 한 이야기가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지켜본다. 사라졌던 이야기는 '빛'을 보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 빛을 기억하며 이야기가 된다.
그림책은 그 빛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 말하지는 않는다. 불이 켜진 방 책을 보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 빛이 무엇을 보며 반짝이는지 궁금했어요"라는 문장이 빛이 무엇일지 짐작하게 한다. 아마도 책을 보는 눈동자의 빛일 것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에 빛이 나는 눈동자, 어떤 이야기가 그 빛을 만드는 토대가 됐을 터이다. 사라지고 싶다고 떠난 이야기는 그 빛을 기억하며 돌아온다. 그리고 누군가의 빛을 반짝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힘이다.
책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웃고 우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어떤 물건의 필요와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이야기도 있고, 만물의 이치를 이해시키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눈을 열어 빛을 뿜게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빛이 되기도 할 것이다. 사라지고 싶었던 이야기가 돌아온 것은 그 내재된 힘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있어도 없어도 될 것 같지만 있으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그런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무언가에 의미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 마음이 작가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듯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의미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마음이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애틋하기는 매한가지일 듯하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이기게 하는, 돌아서고 싶은 마음을 잠재우는, 그 애틋함을 잠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