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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에세이

김효선 지음낮은산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05
페이지수 : 260 상태 : 승인
오토픽션 강사님이 추천해준 책 중 하나이다. 읽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마침 아이가 학원에 가 혼자였기에 그냥 먁 큰 소리로 마음껏 울었다. 며칠 전 참고 흘러보낸 설움까지 생각하며 양껏 울었다.
저자는 유명 온라인 서점 MD라고 한다. 마음에 맞지 않은 상사를 만난 뒤 맘 고생을 하며 적응장애를 진단 받고 정신과 약을 먹게 된다. 매일 밤 잠을 못이루며 술을 마시던 그녀는 엄마와 함께 수영장을 찾는다. 처음엔 무능력한 남편 탓에 고생고생한 억척 엄마의 이야기려니 했다. 좀더 읽으며 가난한 집에서 배출한 서울대생의 영광 스토리인가 했다.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엄마와 딸의 치정 같은 러브 스토리인가싶기도 했다. 맞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저자는 청소 여사님으로 퇴직한 엄마와 수영을 다닌 시간을 과거의 에피소드와 자신이 읽은 책들과 연결시키며 글을 쓴다.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 듯 엄마 오춘실의 사계절을 기록한다. 봄과 함께 수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며 배영을 하고 가을을 지나며 수영장 사람들과 친해져 편하게 수영장을 드나드는 엄마의 모습이 솔직한 입담으로 전해진다. 겨울에 이르자 언뜻언뜻 보였던 오춘실의 고생담과 그 고생담에 녹인 저자의 추웠던 마음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낙천적인 엄마의 모습이 서울대 출신의 글 잘 쓰는 잘난 MD의 아픈 마음이 자꾸만 겹쳐져 눈물이 난다. 이거야말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인데 한 사람처럼 느껴지니 두 배로 마음이 아프다.
저자가 독립을 하다 퇴직한 엄마와 합가를 하며 애써 외면한 제 못난 모습(못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그렇게 의식하는)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대견하면서도 아프다.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을까. 저자는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대신 엄마를 보여준다. 더디지만 오직 인내력 하나로,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마음을 예쁘게 쓰는, 어딘가 부족하지만 꽉찬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녀는 자신도 받아들인다. 가난이 부끄러웠던, 엄마가 부끄러웠던,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꽁꽁 감춰두었던 청소하는 엄마를 공개한다. 엄마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보듬으며 자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그 아팠던 마음을 직시한다. 그리고 엄마의 힘겨운 삶에 깃든 넉넉함과 웃음이 자신을 키우고 지금껏 지켜주었음을 깨닫는다. 그 성숙의 과정이 그저 눈물겹다.
나도 언젠가 엄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쓰게 된다면, 나의 오토픽션은 엄마의 이야기로 점철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엄마는 나에게 식지 않은 화두이다. 많은 부분 나 자신 스스로와 화해하고 엄마와 편해졌음에도 가라앉힌 앙금이 덩어리로 남아있음을 불쑥불쑥 느낀다. 나도 저자처럼 엄마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될까. 며칠 전 설움은 엄마가 만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그 기원에는 엄마가 있다. 차가운 표정으로 우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눈물을 이해하지, 아닌 받아주지 않았다. 울보로 태어난 나는 늘 눈물을 참다가 오십이 넘어서야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었다. 엄마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깨달았음에도 때론 습관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저자를 보며 그 참고 넘긴 눈물이 터졌다. 고생한 저자의 엄마보다 그 아픔을 감춘 여린 저자의 마음이 더 아팠다. 나는 엄마의 삶보다는 내가 더 아픈 것이다. 그 무게의 추가 엄마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아이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픔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처 받지 않은 삶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뒷표지에는 앞표지의 엄마 오춘실님을 바라보며 엄마만큼이나 건강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저자가 있다. 내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마주 보고 웃게 되기를, 그 바람을 남기며 오춘실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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