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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학교: 이서아 장편소설

이서아 지음민음사 ( 출판일 : 197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8-03
페이지수 : 384 상태 : 승인
딸 아이가 잘 이해가 안간다면서 엄마에게 읽어주기를 청한다. 엄마의 설명과 해석을 듣고 싶단다. 아이가 하는 부탁들 중 가장 반가운 부탁이다. 엄마가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이가 책을 읽지는 않지만 책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는 것 같아 한편 기쁘기 때문이다. 나처럼 볼 필요는 없지만 조금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아이가 원하는 책을 열심히 읽어준다.
읽고 나니 아이가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한권으로 담아내기엔 세계관이 넓고 등장 인물이 좀 많다. 이러저리 거미줄처럼 얽힌 서사는 복잡하고 세월호 참사가 생각나는 이야기는 무겁고 슬프다. 마치 에세이처럼 10장 내외 분량으로 소제목을 붙인 편집은 술술 넘어가는 느낌을 주지만 내용이 쉽지 않아 어리둥절하게 된다. 먹을 땐 편했는데 알고 보니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다. 젊은 작가의 과한 욕심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작가의 성장과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문장이 안정적인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으로 보인다.
<키오스크 학교>의 세계에는 심장 인간이라 불리는 진짜 인간과 ORE 인간이라 불리는 로봇이 함께 산다. ORE 인간은 대체로 구분되지만 인간과 흡사해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문자의 재력에 따라, 연구의 필요에 따라 진짜 인간과 똑같은 ORE 인간이 만들어진다. 키오스크 학교는 불완전한 인간들을 사회에 필요한 ORE 인간적으로 만들어 배출하는 학교이다.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울하다는 증명이 필요하며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무기력한 아이들이 지원을 하는 인기 많은 학교이다. 여러 사연으로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ORE 인간들이 이끄는 강압적인 학교 교육에 피폐해져 간다.
줄거리 정리는 이쯤에서 멈추어야 한다. 주인공은 있지만 나오는 10여명의 인물들 비중이 누구 하나 빠트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얽히고 섥힌 관계는 누군가를 빼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심장 인간과 ORE 인간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진짜 인간이 대부분 로봇처럼 무감하며 인간을 본떠 만든 ORE 인간이 더 정서적이다. 어떤 중요한 인물은 도대체 심장 인간인지 ORE 인간이지 도무지 알 수 없게 설정하기도 했다. 존재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그대로 지금 우리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었다. 우리가 과연 인간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하는 작가의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심장 인간과 ORE 인간을 대비시키듯 이득을 얻기 위한 기계적 기록과 사실을 남기기 위한 자발적인 기록을 병치시킨다. 비중이 비슷한 인물들처럼 어느 한쪽에 무게감을 넘기지 않는다. 앞뒤가 연결되는 수미상관의 구조는 이 균형감에 일조한다.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너무 애쓰는 것이 작품의 매력을 떨어트린다. 어느 하나 빠트리지 않고 아우르러 너무 노력한다. 어느 한쪽을 부각시키고 의도가 조금쯤은 읽히게 써도 좋았을 것인데 말이다. 어느 것에 애착하지 못하는 이 작품의 무기력이 작품 속 감정이 메마른 심장 인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한 듯하다.
아이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아이는 먼저 베타 선생님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그녀는 심장 인간일까, ORE 인간일까. 나는 이 모호한 정체성을 그저 받아들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작가는 지금 우리가 그런 모호한 상태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너에게 돌리라는 대답을 해주게 될 것이다. 너는 과연 심장 인간이니, ORE 인간이니? 이 질문은 곧 나에게로도 향할 것이다. 아이는 또 앞뒤가 연결된 수미상관의 구조가 가지는 의미를 물을 것이다. 왜 앞뒤 문장 2줄이 같냐고 궁금해 할 것이다. 그건 이 소설을 읽은 우리가 다른 이야기를 쓰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말할 것이다. 상처 받고 버림 받은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든, 그런 새로운 이야기가 쓰여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는 또 물을 것이다. 엄마는 세상이 이렇게 암울하다고 생각하냐고. 나는 작가처럼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쓸 것이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이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희망적으로 보이지도 않게 말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일 뿐이라고 덧붙일 것이다. 아이는 제 세상을 공개하지 않는 엄마를 언제나처럼 조금은 답답해할 것이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한 마디를 더할 것이다. 키오스크 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은 소설 속 아이들뿐이 아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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