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지음몽스북
( 출판일 : 2020-10-3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30
페이지수 : 304
상태 : 승인
반납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도서관이 정말 시원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도 많다. 특히 아이들이 많다. 아, 방학이구나. 아이 여름방학을 시작하고 나도 통 도서관에 앉아있질 못했다. 나가기엔 좀 뜨겁다. 간만에 자리를 잡고싶은 마음이 든다. 가져온 책이 없어 서가를 기웃하다 서원도서관에서 수강 중인 있는 오토픽션 수업 강사인 편성준 작가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오, 마침 있다. 술술 잘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여기가 천국인가싶다. 피서가 따로 없다.
카피라이터였던 저자는 결혼을 하고 얼마 후 다니던 광고회사에 사표를 낸다. 출판 기획자였던 아내 역시 일을 그만 둔 상태이다. 덜컥 한옥을 계약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두 사람에겐 빚이 잔뜩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잘했다고 말하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인다. 저자 역시 주문을 외우듯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실 두 사람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지 않을 뿐 꾸준히 글을 쓰고 기획을 하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어딘가에 소속된 월급쟁이가 아닐 뿐이다. 고민의 양상이 조금 차이날 뿐 사는 게 어쩌다 행복하고 어쩌다 고달프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과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휴대폰을 몇 번을 잃어버리고 문상을 가서 부조금 봉투를 내는 것을 잊고 오는 허점투성이 자신을 그대로 수용하고 아내에게 고마워하며 살아간다. 저자의 이런 면이 어딘가 품이 넉넉한 읽기 편한 글을 쓰는 원천이 될 것이다.
이들 부부의 모습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부부는 걱정이 되지만 지금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이미 벌어진 일을 탓하지 않으며 할 것을 하고 말 것을 말으며 살아간다. 양념을 친 부분도 조금은 있겠지만 이 부부가 서로의 부족에 염증을 느끼지 않으며 이대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까지 들었다. 누군지 실물로 봤고 다음주에도 볼 사람이었기에 이 마음이 그저 막연하지만은 않다.
저자는 신혼여행을 가며 가져간 책을 소개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본 책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다. 어떤 책인가 하는 호기심이 먼저 일지만, 만약 내가 이런 글을 쓴다면 어떤 책을 저렇게 소개할까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의 이야기 속 책들은 그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이 느껴진다. 그러나 만약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말한다면 <레미제라블>, <열하일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피에 젖은 땅>... 아,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도저히 일상과 섞어 말할 수 없는 책들이다. 내가 오토픽션 과제를 하며 힘든 이유가 무엇인지 감이 잡힌다.
저자의 글은 웃음이 번지는 다소 의도적인 자기 비하가 많지만 그리 우습지도 가볍지도 않다. 글이 지루해지지 않게 하면서도 제 생각을 피력하기 위해 자신을 적절하게 낮춘다. 결국 내 글쓰기는 나만의 방식이 중요하겠지만 이런 방법도 기술적으로 익혀보고 싶기도 하다. 다음주 과제에는 저자의 방법을 한번 써봐야겠다.
더운 날, 피서 잘하고 왔다. 도서관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