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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역사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지음 ; 조미라 ; 김라현 [공]옮김우물이있는집 ( 출판일 : 2025-03-24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9
페이지수 : 383 상태 : 승인
서원도서관에서 진행한 다도 수업을 듣고 차에 대한 흥미가 생겨 빌리게 되었다. 제목에 '역사'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시간의 흐름대로 딱딱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차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다. 총 4부로 나뉜 이야기는 다시 소제목으로 나뉘고 제목과 주제에 맞게 적당하게 추려진 내용들이 소개된다. 내용이 가볍지 않고 적당한 깊이를 지닌, 개운함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조금의 무게감을 지녔다. 처음엔 오후의 나른함을 깨우는 달달한 간식이 조금 곁들여진 티타임 같았는데, 후반부에는 진한 차 맛이 잠을 깨운다.
차 이야기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 시작된 차 역사는 신화 같은 황제 신농씨에서 지금도 읽히는 차 고전 <다경>을 지나 일본으로 건너간다. 무시무시한 사무라이들 사이에서 '차노유'라 불린 격식을 갖춘 일본 다도가 발전된다. 그런 차가 1600년 무렵에야 유럽에 전해진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차 사랑이 식민주의 시대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사건들과 연결된다.
흥미진진하게 읽은 부분은 영국이 중국에서 차를 수입하면서 발생한 무역 적자를 아편으로 상쇄하려 중국에 아편을 퍼뜨려 일어나는 아편 전쟁 부분이다. 이미 아는 내용임에도 제 나라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에 몹쓸 짓을 하는 영국의 파렴치한 모습에 분개하며 읽어내려 갔다.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면서도 아편 합법화는 결코 양보하지 않았던 중국의 모습에 안도하기도 했다. 잘 읽어보면 나라가 문제가 아니었다. 영국이나 중국이나 이러한 행위를 비난하며 반대는 사람들과 몰래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이 모두 존재했다. 사람의 욕심은 과해지면 어디에서나 어떻게든 문제가 일어난다.
이 욕심이 일을 성사시키는 면도 분명히 있었다. 중국의 차를 유럽에서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야야기와 연결된 이야기는 비극 그 자체였다. 영국은 결국 인도에서 차 대량 생산에 성공하지만 '쿨리'라 불린, 착취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가혹한 취급을 받은 노예 인도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 아팠다. 제국주의 시대의 유럽 열강이 한 짓은 인간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차 한 잔으로 흘러 보낼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의 역사이다. 위에서 말한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비슷하게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차 이야기는 '윤리적 소비'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차는 쉽게 재배되고 가공되는 식품이 아니다. 사람의 노동력이, 그것도 힘들게 요구되는 품목이다. 재배되는 지역도 낙후된 곳이며 인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마시는 어떤 차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누군가의 고통이 깃들어있다. 다국적 기업이 최대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량 재배된 차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차의 역사에 깃든 고통이 여전한 것이다.
한 잔의 차는 위로와 기쁨을 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의 역사를 따라가다 현실과 마주친다. 윤리적 소비와 공정 무역에 관한 책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 실천윤리학 책을 서너권 읽고는 큰 고민에 빠졌던 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누리는 잠깐의 호사가 누군가의 고통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꾸만 잊는다.
저자는 중국과 함께 차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아삼 지역의 원주민들이 마시는 차에 담긴 자유로 긴 글을 끝을 맺는다. 차의 의미는 해석하는 사람의 자유일 것이나, 차에는 그 어떤 차별도 경멸도 담기지 않을 것이다. 품질에 따라 가격은 정해지지만 차는 누구에도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는 것이다. 이 삶을 겸허히 살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먹어본다. 밍밍한 차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차맛 같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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