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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 도둑 정치, 거짓 위기, 권위주의는 어떻게 권력을 잡는가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 유강은 옮김부키 ( 출판일 : 2019-09-3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6
페이지수 : 455 상태 : 승인
큰일났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다.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곳을 다 적어내려 가다보면 겨우 나은 오십견이 도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작년에 읽은 <피에 젖은 땅>의 티머시 스나이더의 책이다. 그 책도 좋았는데 이 책도 참 좋다. 표지에 적힌 핑크색 영어 제목을 바라보다 왜 한국어 제목을 이렇게 해놨나 한숨을 쉰다. 물론 원제를 직역한 제목은 한국어로는 조금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니 제목을 바꾸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그래도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라는 제목은 직관적으로는 이 책 주제와 연결된다 하더라도 책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 책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조망하며 미국이 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했는 지를 파헤친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의 푸틴이 있다. 저자는 푸틴이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선택한 사상과 선동 방식을 소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를 고찰한다. 러시아가 자신들의 잘못된 지배 체제를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 특히 유럽과 미국을 자신들과 같은 곳으로 만드는 방식을 예리하게 주시한다.
러시아는 유럽이나 미국의 방식을 수용하는 대신 다른 나라를 적으로 간주하고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 가히 푸틴의 나라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책략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로 간주되고 미국의 트럼프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모습은 짐작했다 하더라도 충격적이다. 미국의 이익을 외치는 트럼프는 전혀 미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정치가였다. 푸틴의 방식은 ' 나르시시스트'를 떠오르게 했다. 푸틴은 자국민을 피해자로 가스라이팅하고 자신을 희생자로 위장한다. 언론을 통제하고 부의 대부분을 자신들이 거머쥐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의 권력자들은 겉으로는 자국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제 이익만을 챙긴다. 미국의 푸틴이 되고 싶은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진실을 가리며 사람들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망령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것을 우려한다. 부의 급격한 격차가 현재의 비참함을 야기하며 과거를 왜곡된 영광으로 기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왜곡은 결국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심리적인 기저가 된다. 자신들의 고난을 부도덕한 정치가 아니라 다른 나라 때문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피케티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21세기 자본>에서 최상위 극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가질 때 세상은 위기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인 피케티는 자본세를 걷자는 것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역사학자인 스나이더는 역사에서 해법을 찾으러 한다. 그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볼 것을 제시한다. 그는 진보와 민주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필연성의 정치도 보수와 전체주의를 떠오르게 하는 영원성의 정치도 해법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권유는 상당히 막연하다. 그의 논의는 나르시시스트가 떠오릴 만큼 심리적인 접근이라 여겨졌는데 결론은 마음이론을 떠오르게 할 만큼 더욱 심리적이다.
있는 그대로 역사를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해석하지 않는 것일까. 푸틴을 위시한 수많은 독재자들은 역사를 제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해 편집을 했다. 독재자의 말을 믿지 말라는 말 대신 그는 왜 있는 그대로 역사를 보라는 것일까. 바난의 방식은 결국 또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키기 때문일까. 작년에 읽은 그의 책은 스탈린과 히틀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지역과 숫자로 보여줬다. 유럽인과 유태인들의 죽음은 그 어떤 이론과도 상관없었다. 그저 두 괴물의 광기였다. 그는 그 책에서도 도덕적인 비난 대신 슬픔을 받아들이고 인간성을 되돌아보자고 말을 한다.
저자는 결코 비판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있는 힘껏 모은 사실을 적시하고 분석을 꾀하지만 비난하지 않는다. 비난하며 다른 방식을 제시하기보다는 비난하지 않고 분별없는 동조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듯하다. 나쁘다고 말하는 대신 그것을 인간성의 한 일면으로 받아들이되 생각없이 끌려가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내면적으로 주도적인 수용과 저항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있는 그대로 역사를 바라보기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저작을 기자들의 공으로 돌린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지점에는 왜곡된 정보의 주체와 그 주체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언론이 있다. 저자는 지금을 역사로 남기는 근간에서 사실적으로 쓰는 것도 왜곡하는 것도 기자이자 언론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첫 페이지에서 이 책을 기자들에게 바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기자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의 감사에는 제대로 돕는 기자들이 계속해서 존재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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