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현황

  • 참가 현황

독서마라톤 종료일까지D-024

독서마라톤 참가신청

책 이미지가 없습니다.

거울속으로

이수지 저비룡소 ( 출판일 : 2009-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5
페이지수 : 47 상태 : 승인
기묘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혼자 있던 아이가 다시 혼자가 되는 과정이 마치 버림 받는 시간처럼 그려진다. 무채색의 단조로운 그림들 속에서 느껴지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와 고통의 순간이다.
고개를 무릎에 대고 누워 있는 아이가 맞은편을 향해 고개를 든다.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자신과 똑같은 상대와 가까워지던 아이는 하나로 합쳐진다. 하나가 된 아이는 점차 분리되며 다른 포즈를 취하고 둘은 서로를 향해 격앙된 감정을 드러낸다. 와장창 거울이 깨지며 아이는 다시 홀로 남아 고개를 무릎에 숙이고 앉아있다.
이 수미상관은 이러한 관계가 1회가 아닌 매번 반복되는 것임을 추정하게 한다. 이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타인과의 관계로도 읽을 수 있다. 자신과의 관계라면 애정과 혐오가 뒤섞인 양가 감정이 주된 것일 테고, 타인과의 관계라면 처음엔 또다른 자신인 듯 도취하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파국'을 맞는 것일 테다. 어느 쪽이든 관계가 이 굴레에 빠져 있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 될 것이다. 매번 실망하고 상처받는 것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관계가 상상되는 것이 이 그림책이 주는 두려움이다.
앞 표지의 아이는 제 뒷모습이 비친 거울 앞에 서 있는 듯하다. 뒷 표지의 아이는 제 뒷모습이 비친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정면이 보여야 함에도 거울도 거울 앞의 아이도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표지를 펼치면 앞 표지의 아이가 그런 뒷표지의 아이를 올려 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앞 표지의 거울 속의 아이도 뒷표지의 아이를 바라보는 모양새이다. 그 아이들의 보는 것은 자신일지 타인일지 궁금해진다. 제 자신과 딱 붙어 있는 듯하면서도 상당한 거리 두기를 시전하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도 그러할 터이다.
이 모호한 관계는 정서적인 피로감을 야기시킬 것이다. 이 그림책이 주는 섬뜩함이 여기에 있다. 가능하지 않는 밀착을 꿈꾸면서도 그 밀착을 밀어내는 또다른 정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 말이다. 이 양가 감정 속에서 면지에 그려진 데칼코마니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는 고통스럽다.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관계는 그런 데칼코마니를 완성하는 과정이 아닌, 서로를 다름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림책은 관계 맺는 방식 중 하나를 보여준다. 그 관계는 조금은 중독적이고 치명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이 주는 느낌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러한 관계를 내가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쭈그려 앉은 아이처럼 나와 같은 대상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보고싶지 않은 내 모습, 그 마음을 들켜 이 그림책이 편하지 않을 것일까. 눈을 위로 뜬 아이의 모습과 거울 앞에 비친 뒷모습, 어떤 의미에선 납량 특집이다.
댓글쓰기
로그인 도서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