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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발의 정석 : 임성순 장편소설

임성순 지음민음사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2
페이지수 : 166 상태 : 승인
가끔 독서일지를 적다 다른 사람의 공개된 독서일지를 읽는다. 이 소설을 읽고 쓴 누군가의 독서일지에 '좋아요'를 눌렀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이 좋아서였다. 당연스럽게 책에 대한 호기심이 따라왔다. 그 일지에 어떤 표현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난 '놀랍다'다거나 '은밀하다'는 식의 표현이었고 다 읽은 지금, 그 느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표지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이승민이란 작가의 '짝눈'이란 그림이 표지이다. 부은 눈을 한 남자가 입을 벌리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림이다. 정상이 아닐 것이란 판단이 들고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피하고 싶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림의 전체적인 흐릿함이 기묘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전반적인 느낌은 이 그림과 연결되는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소설에는 그림에는 없는 '유머'가 있었다. 너무나 자극적인 '웃픈' 유머였지만 이 소설에서 이걸 뺀다면 그저 비극이었을 것이다.
기러기 아빠인 이 부장은 전립선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기 위해 기구를 사용해 전립선을 스스로 마사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는 처음엔 몹시 난감했지만 곧 '오르가즘'을 느끼게 되고 권태롭던 삶에 활력이 찾아온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이 기러기 아빠의 병이 전화위복이 되어 해피엔딩을 맞이했을 텐데 일은 엉뚱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이 꼬임의 결말은 직접 읽으라는 말을 남길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모르고 읽는 게 재미가 배가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소설을 읽고 '개발'과 '계발'의 차이를 찾아보았다. 어렴풋이 아는 것을 확실히 구분해 작가의 의도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개발은 토지, 자원, 지식, 재능 등을 발달시키는 것이고, 계발은 슬기, 재능, 사상을 일깨우는 것이다. 개발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라면 계발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 이 부장은 전립선 치료를 하며 오르가즘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한다. 그 오르가즘은 어떤 깨우침에서 온 것이 아니고 스스로 자신을 '개발'한 것이다. 이것은 행복은 관념이지만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현실의 구체적인 무언가라는 것이다.
이 부장이 '몸'을 통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깨우친 것처럼 말이다. 이 부장은 아내와 딸이 미국을 떠나고 혼자 살면서 겉으로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몸은 불행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몸이 아픈 것처럼 그의 마음 역시 아팠을 것이다. 가족에게 돌아오라는 말을 하는 대신 그가 택한 것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위로가 은폐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욕구를 풀 수 없는데 '자기 개발'조차 공개적으로 하지 못한다. 소설은 욕구가 막히자 답답하고 힘들어진 사람들이 집중할 곳을 찾아 일을 하고 자식에서 목을 매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 부장이 자신의 아내에게 느끼는 연민에 이러한 관점이 엿보인다.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자 안해도 될 경쟁을 하고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개발'이 되지 않자 '계발'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소설은 혼자 사는 이 부장을 통해 기러기 아빠의 삶을 중점적으로 비추지만 고단한 현대인 전체의 모습을 조망한다. 이 부장의 아내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는 외로움을 느끼고 그러한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 두 사람의 아이 역시 부모의 인생을 닮아간다. 그들은 함께 살았을 때도 따로 살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상태 말이다. 이 부장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수학 정석을 외우고 종이를 씹어 먹던 시간을 상기한다. 소설은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어떻게 관계 맺고 어떻게 사랑해야 한다고 말로는 잘도 떠든다. 하지만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계발보다는 개발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론보다는 실전, '자기 개발의 정석'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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