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놀이
이수지비룡소
( 출판일 : 2010-01-01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1
페이지수 : 37
상태 : 승인
이 그림책은 면지의 '딸깍'하는 글지와 함께 시작된다. 소리가 들리는 듯한 신기한 경험을 하며 책장을 넘기니 아이가 불을 켜고 있다. 아이는 그 불빛 아래에서 '그림자놀이'를 시작한다. 처음엔 아이를 그대로 따라하던 그림자들은 어느새 아이와 함께 이야기가 된다. 봉걸레는 꽃이 되고 워커는 여우가 되어 아이를 위협한다.
창고로 보이는 공간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모여 있다. 그 모든 물건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형태를 바꾼다. 마치 마술을 부리듯 아이의 손짓으로 새가 날고 창고와 물건들이 정글로 변한다. 불이 들어온 창고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된다. 아이의 상상력에 불이 켜지는 것이다. 상상 속에 흠뻑 빠진 아이는 완전히 자신을 잊고 제 손 끝에서 변한 동물들과 함께한다. 자신이 창조해낸 발레리나를 구하러 제 상상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노란색과 먹색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그림들인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현실을 의미하는 흰색과 상상을 의미하는 노란색의 경계 안에서 자리잡던 인물들이 뒤섞이면서 서사가 복잡해진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혼돈스런 세상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상상이니 그야말로 치명적인 놀이이다. 엄마의 저녁 먹으라는 부름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아이가 혼자다. 이수지의 엊그제 본 그림책도 그렇고 이번 그림책도 그렇다. 실컷 놀다보면 엄마가 데리러 오거나 부르는 것도 그렇다. 그림책 속 아이는 파도나 창고 물건들과 상상 속에서 논다. 그 놀이 속에는 대결이 있다. 아이에게 파도가 덤비고 여우가 겁을 준다. 제 마음 속 나쁜 아이를 불러내 놀아주는 것이다. 일종의 정화 작용으로 보인다.
아이의 표정은 별스럽지 않아 보이는데 내 마음이 이상하다. 이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제 마음의 정화를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흠, 감정이입을 또 희한하게 하고 있다. 이수지의 다음 그림책을 보고 이 마음을 정체를 밝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