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줄리언 반스 지음 ; 정영목 옮김다산책방
( 출판일 : 2026-01-22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20
페이지수 : 272
상태 : 승인
'오토 픽션' 경험하기 일환으로 만난 세 번째 작품이다. 저자 줄리언 반스는 소설과 자서전을 결합한 이 작품을 말 그래도 '결합'이자 '혼합'인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그는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사후에 다시 쓰며 죽음을 기다리는 자신의 노화를 기록한다. 죽음을 앞둔 노 작가의 일상과 관조, 사색으로 채워진 기록은 무겁지 않았다. 이전에 읽은 그의 소설에는 혼란이 가득했는데 이 작품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기록 방식은 마치 소설과 같았다. 그의 작품들의 서술 방식과 관심사가 크게 차이나지 않아 더욱 그랬다.
반스는 대학교 시절 사귀고 헤어졌던 절친이자 커플이었던 스티븐과 진을 60대에 재회한다. 두 사람은 다시 사랑에 빠지며 결혼에 이른다. 학생 시절처럼 두 사람은 반스에게 서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 결국 헤어진다. 이 과정에서 반스는 자신은 자신이 소설의 통제하듯 사람들을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두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되 누구의 편도 되어주지 못하며 평가하는 자신을 의식한다.
반스의 소설을 두 권 읽어봤고, 두 권 모두 특정 인물의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그런 내용이었다. 두 작품 모두 시간과 사람에 따라 일치하지 않는 '기억'이 상당한 화두였다. 이 작품 역시 기억이 상당하 중요한 소재이지만 이전 작품들과 조금 다르게 다루어진다. 이전 작들의 기억이 혼란을 부추기는 요소였다면 이번 작품의 기억은 최초의 충만함 같은 정서의 근원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스티븐과 진의 재회는 숨어있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재점화'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진다. 두사람은 반스가 상기하는 프루스트의 소설 속 인물이 마들렌을 먹으며 되찾은 온 시간을 합친 '충만함'을 찾지 못한다. 과거도 기억도 같은 방식으로 재연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재점화는 반스가 시도하는 이 소설의 방식인 '하이브리드'와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의 이번 작품은 제 기억을 재점화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시도가 이전의 반복에 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자서전의 결합은 또다른 그저 그런 소설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쓰기를 멈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서서히 많은 기억을 가져가는 노화 때문에 삶이 부질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노 작가는 노년에 이른 자신을 바라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전한다. 작품의 말미에 반스는 '당신'이란 호칭으로 독자를 부르며 그리움을 전한다. 그리고 자신은 권위를 갖지 않았으며 작가들은 독자를 가르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는 소설가가 소설을 통제하듯 독자를 통제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떠나더라도 계속 관찰하도록 독자들을 독려한다. 소설을 계속 읽으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소설을 쓰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가 시도한 '하이브리드'는 결국 한 작품 안에서 작가와 독자의 결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듯 노년에 재회한 두 친구의 사랑은 20대와 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우리의 기억은 재점화되더라도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반스는 제 소설에서 자기 복제와 밈을 의심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든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때 그렇게 될 것을 선택한 것이다. 비록 프루스트의 마들렌을 끝내 만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반스는 앞 면지에 한국 독자에게 자필로 인사로 전하며 이 소설을 자신의 마지막 책이라 말한다. 이 책이 감사이자 작별이라고 쓴다. 노 작가의 마지막 책에 담긴 마음을 '하이브리드'로 느낀다. 그의 삶이 이 지구 반대편의 내 삶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