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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문지혁 장편소설

문지혁 지음민음사 ( 출판일 : 2023-03-03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7-16
페이지수 : 266 상태 : 승인
<중급 한국어>는 작가 문지혁의 '오토 픽션'이다. 전작 <초급 한국어>에서 이어지지만 독립적으로 읽어도 그다지 무리가 없다. 시리즈가 아닌 장편 연작이라는 말이 좀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초급 한국어>도 좋았는데 <중급 한국어>도 참 좋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전에 쓴 다른 일반 소설들이 왜 주목을 끌지 못했는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좀 한가해질 때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다음 작품인 <실전 한국어>도 찾아볼 생각이기에 갈 갈이 바쁘다.
이 작품은 미국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뒤 국내 대학에 문학 창작 강의를 나가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몇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과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수업하는 내용에 일상을 담아내되, 큰 주제인 '엄마'와 가족, 자신의 변화와 성장, 일상과 연결되는 단상들을 섞어가며 드러낸다. 자신이 가르치는 쓰기의 핵심인 '일상에서 일상으로'와 '돈 텔 벗 쇼'를 그대로 보여주며 잘 읽히고 감동과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곧 돌아가신 엄마를 '애도'하는 시간과 병치시킨 것이었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며 엄마를 떠올린다. 뜻을 잃고 어긋나던 여러 대화와 과거 흔적들은 육아가 새로운 조각이 되어 맞춰지는 모양새다. 그 시간은 늘 우리가 반복하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의 원칙대로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슬프다고 말하지 않지만 작가의 슬픔이 그 무거운 마음이, 그렇다고 아이가 주는 기쁨이 결코 손상시키지 않는 그 슬픔이 있는 그대로 느껴진다. 양가적인 혼란스러움이 아닌 동시에 존재해도 괴롭지 않은 산뜻함으로 전해진다.
작품에는 대학에서 강의한 문지혁의 수업 내용과 장면이 종종 그려진다. 그의 강의는 진지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성실하지만 압박하지 않으려는 그의 성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찌 보면 애매하다. 그는 전작부터 자신의 성격을 '애매하다'고 말하며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다른 이들의 시선과 평가를 전한다. 그러나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의 애매한 지위와 소설도 자서전도 아닌 애매한 글이 그의 지금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언제난 그렇듯 문제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작가의 수업 내용 중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해석이 무척 좋았다. 카버는 인상적이어서 반복적으로 읽었던 작가이기에 저 단편이 어떤 내용인지 상세히 기억이 난다. 문지혁은 소재인 '검은 빵'을 고통과 관련시키고 자신의 소설에 대한 혹평과 연결시킨다. 인생은 그냥 그 맛없는 빵이다. 달달한 빵만 찾으면 무엇도 얻을 수가 없다. 결코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혹평이지만 그것 때문에 쓰기를 멈췄다면 그는 결코 지금의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고통스런 시간을 감내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엄마를 잃은 그는 딸을 둘 얻는다. 인생은 그렇게 애매하다. 빼앗긴 것인지 얻은 것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 잠시 푸념에 빠질 지라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일상, 그 애매한 검은 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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