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 결심: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25-11-14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6-06-18
페이지수 : 244
상태 : 승인
판사 작가로 유명한 문유석. 얼마 전 그가 각본을 쓴 드라마 <프로보노>(공익 변호사들 이야기)도 재미있게 보았기에 '책정'으로 선정된 것을 보고 내심 반가웠다. 작가의 전작 중 <개인주의자 선언>과 <최소한의 선의>를 읽어보았기에 나름 익숙하기도 해서였다. 작년에 읽은 <개인주의자..>는 개인주의자의 길이라기엔 좀 진지했고 <최소한의 선의>는 좀 가르치려는 투여서, 역시 판사는 판사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었다. 그런데 세번째로 만난 그의 글은 한결 가볍고 친근했다.
이 책은 문유석이 법원에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후 코로나 사태와 주식 투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멀미나는 시간을 보낸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다소 호기롭게 밥원을 나왔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무기력자'였다.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시간을 보낸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더 잘하려 하는 것보다 하던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 뭔가를 보이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덤덤히 하는 것 말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게 된다. 자칫 이 모습은 제목인 '나로 살 결심'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몇 년 간의 게으름과 중독과 실패 끝에 저자는 자신이 이루고 원했던 것이 사실상 '허상'이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는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넘은 '과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상대를 의식하는 것은 자신의 허물을 벗는 과정 중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허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의식하면서 그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살피게 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깨달음.
허물을 벗은 동물은 한결 가벼울 것이다. 사람이 '나'를 찾는 것도 허물을 벗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경험과 시간은 우리에게 허물을 되기도 한다. 그 허물 안에서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문유석은 좀더 자신에게 가까워진 듯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그는 그동안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 잘나지 않은 자신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면서 가벼워진다. 안정적이고 인정을 넘어 '대접'을 받던 직장 생활을 놓고 거대해진 자신의 '불안'까지도 포용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번 문유석의 책은 자신을 좀더 자신답게 그리고 있다. 살면서 축적된 '훌륭한 말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저 그런 모습까지 미화없이 내어보인다. 스스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로 살 결심을 하고 가벼워진 그는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문유석은 이전의 젠틀함을 벗고 좀 친근해졌다. 다음엔 아무래도 스스럼없는 '수더분함'으로 다가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