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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 이동진 영화평론집

이동진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19-09-27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5-04-10
페이지수 : 944 상태 : 승인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 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이 문장이 대전 중앙로 메가박스 영화보고 나오는 복도에 있었던 것 같다._(수정 주: 갤러리 사진파일을 뒤져서 찾아보니, 내가 본 문장은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 -아쉬가르 파라디)

요즘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짧은 토막글을 계속해서 써내리고 있다. 한 50개쯤 썼나. 슬슬 소재고갈에 다가선 것은 아니고, 공사가 다망하여 업로드 주기가 뜸해지긴 했다. 그런 와중에 한국 영화평론계의 스타 이동진이 쓴 벽돌책이 눈에 띄어 집어 봤다. 그의 어휘력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명징'하다 라는 영화평에 쓰인 어휘가 너무 어렵다고 수많은 문해력 소멸위기의 어린 친구들의 성토 때문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런 일화 답게 군데군데, 한국어에 이런 단어도 있었나 싶은 어휘들이 꽤 난무한다. 세계문학전집을 읽어내리는 것보다 난이도 있을 때도 있다. 영화 촬영 용어 등도 언급될 때가 있어서 사전이나 구글을 끼고 읽어야 되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이책을 읽기 가장 어려운 난점은 내가 이동진만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낄 때이다. 대략 내가 출생한 이후의 영화만을 봐 온 내게 50년, 70년 이전에 상영된 본 적도 없는 영화에 대해서 구구절절 늘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자기만 관심있는 것에 대해 덕후가 속사포로 이야기할 때 그것을 쳐다보는 뭇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이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군데군데 아 이건 나중에 보려고 아껴뒀는데 싶은 영화는 평을 읽기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덩케르크 같이. 내 영화적 취향은 대체로 동양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 영화와 안 본 영화의 독해 난이도 낙차가 상당히 크다. 안 본 영화의 평같은 경우는 아예 난독증 처럼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의 <기생충> 평에서 기정이 유일하게 다른 이의 자리를 뺏거나 이어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기 영역을 창출했다는 표현이나,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평 <너의 이름은>에서 '기억은 결국 불쑥불쑥 틈입해 들어오는 경험의 편린이 아니다. 부서지고 쪼개지는 망각에 힘을 다해 맞서는 저항의 결실이다. 이 이야기에서 갈라지는 것들은 파괴력을 가졌지만 이어지는 것들은 치유력을 지녔다. 라는 문장은 좋았다. 나는 열 번 넘게 봐도 이런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했으니까.

그런 그의 글쓰기 능력 치고 다크나이트 감상평은 상당히 수수한 느낌으로 읽혔다. 그 역시 나보고 써내라면 쓰지 못할 깊이있는 문장이겠지만. 트랜스 포머 감상평은 제품 설명서 같이 참신하게 썼지만 결국 폭탄숭배자 마이클 베이 비판하려고 쓴 글 이다. 자기가 싫어하는 영화도 참고 봐야된다는 점이 평론가의 고역이 아닌가 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상평은 좀 슴슴하고 내 견해와는 차이가 있었다.

타짜같이 자주 티비에서 볼 수 있고 골수팬들이 여러번 봐도 질리지 않는 작품을 미리 예견하거나 그렇게 스테디셀러로 팔릴 것 같은 이유를 꼽는 예지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나중에 쓴 평이 뒤로갈수록 나오는 예전 평 보다는 낫다. 역시 사람은 꾸준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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