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저녁이 저물 때: 예니 에르펜베크 장편소설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 배수아 옮김한길사
( 출판일 : 2018-07-20 )
작성자 :
양○영
작성일 : 2025-04-10
페이지수 : 313
상태 : 승인
총 5권으로 나누어진, 권 사이사이 '막간극' 형식으로 또다른 상황을 가정하는 독특한 구성의 소설이다. 1,2차 세계 대전 당시 대대로 이어지는 한 가족의 삶을 그리고 있어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치 나직하게 읊조리는 듯한 서술은 충격적인 사건 앞에서도 그다지 충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 무감각함이 주는 슬픔이 꽤 크다.
이 가족은 아프지만 슬픔을 나누지 않는다. 서로를 품지 않는다. 너무나 처참한 상황에서 마음이 바짝 말라버린 듯 황량하다. 그 누구도 이들에게 좀 웃으라고 마음을 나누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픔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마음에 가둔 것이 슬픔이라는 것이 그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 슬퍼 슬퍼할 수조차 없는 현실. 다시 태어나고싶지 않은 현실.
이 소설을 이해하기보다는 서술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혹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은 내용 때문이 아닐 수 있다. 통 내색하지 않는 감정을 짚어내기가 힘들어서일 수 있다. 무심한 서술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와 회피가 깊고도 고요하다. 책 말미에서 터지는 울음이 반가운 것은 이들이 이제 그만 그 깊은 슬픔에서 놓여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슬픔을 덜기 위해서 우리는 울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