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소설
최은영 지음문학동네
( 출판일 : 2019-06-20 )
작성자 :
이○별
작성일 : 2025-04-09
페이지수 : 325
상태 : 승인
첫 이야기의 인상은 아주 서툴고 반짝이는 첫사랑의 기억이었다. 너무 서툴어서 서로에게 기어이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달라진 일상속에서 차마 내버리지 못했던 것. 과거의 정을 질질 끌다 이내 견디지 못하고 말았을 어린 감정들. 담담한 문장이 품은 감정의 온도가 뜨겁고 차가워서 그런 감정들은 그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이 이야기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들을 사랑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 모든게 서툴렀고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기억. 이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작은 세계 안에 서로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들이 그리우면서도 후회가 되는 것이다. 너무나 서툴러서 소중한 줄 알면서도 놓쳐버렸던 그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상도 다툼도 각자의 세계에서는 천재지변이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 같은 큰 일처럼 느껴진다. 그 때는 그게 정말 큰일이었다. 친구가 나를 미워하는 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게. 감정의 편차가 너무나 크게 다가오는 그런 예민한 시기가 모두에게 있었을거다. 그 시절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다. 스무살, 열여덟살, 아무것도 없어도 마냥 반짝이던 시간들.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로 범벅이어도 결국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나날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랑이라는 건 긍정적인 감정들만 불러오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 간절함과 애틋함, 슬픔, 괴로움까지도 모두 다 삶의 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착각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간 사랑이 도대체 얼마나 많았을까. 부디 어느 순간에라도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다음에 사랑이 찾아왔을 때 바보같이 놓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