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구나 =
전미화 글·그림문학동네
( 출판일 : 2017-01-01 )
작성자 :
이○희
작성일 : 2024-09-30
페이지수 : 52
상태 : 승인
*제목: 너였구나
나는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 알아보지 못할 그 사람은 괴짜같은 공룡으로 보일 뿐. 그래도 그 공룡과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목욕탕 데이트도 한다. 그 공룡은 나와 아주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이인 양 편하게 대한다. 그리고는 묻는다.
"나 몰라?"
나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옛 친구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너였구나. 친구는 묻는다.
"잊혀지는 게 쉬울까, 잊는 게 쉬울까?"
성립되지 않을 질문이다. 기억하고 잊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고, 잊혀지는 것은 나의 소관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공룡이 던진 그 질문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 일까. 예전에 그토록 가까웠던 지금은 잊혀진 친구들에게 잊혀지는 게 쉬울까, 잊는 게 쉬울까. 나는 잊혀지는 게 더 쉽다는 결론을 내린다. 최소한 '그렇게' 믿으면 내 머릿속에서 만큼은 기정사실로 될 수 있기에.
이미 다 잊혀진 것들은 다 어디로 가있을까. 문득 '나의 그들'의 행방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