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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가르치는 기술

이시다 준 지음 ; 이혜령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출판일 : 2016-01-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5-19
페이지수 : 223 상태 : 승인
어떤 방법론을 가르칠 때(특히 단순 지식이 아닌 일련의 연쇄적 행동 시퀀스)빡치지 않고 가르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주말에 와이프의 운전연수를 알려준답시고 조수석에 앉았다가 급발진 못지않은 슈마허의 엑셀 패달링과 급브레이킹, 허를 찌르는 차선변경과 램프진입에서의 크레이지한 핸들링, 자기비하와 비관의 세계에 잠시 그분의 의식이 다녀오시느라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신호등으로 인한 교차로의 악의없는 여포같은 행동 등으로 식겁했던 남편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 꾀꼬리같이 고운 금과옥조같은 목소리로,석가모니의 설법처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라 하는 정보전달을 해내는 사람의 비율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의 기대수준을 하회하는 사람의 어설픈 행동들과 업무 결과물을 마주하고서 화가 난다는 것은 정상적인 인지적 반응일 수 있다. 그것을 저자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빌어 '자신이 건 목표와 현재 상태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어, 그것을 메우기 위한 방법을 찾지 못했을 때 품는 감정'이라고 적었다. 이 말대로 그것이 후임교육/ 어린이집을 데려가야 하는 와이프의 운전면허 쟁취/ 내가 도망가고 싶어서 뽑아놓은 후임이 먼저 도망가지 않게하기 등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화를 어떻게든 핸들링 해서 그 차이를 메워내야만 나의 업무분장의 경량화/ 가사노동과 연휴 운행일정의 효율적 분담/ 인수인계 잘하고 퇴사 런치기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굳이 화를 낼 필요 없이, 쓸데없는 갑자원 야구에 도전하는 군소 고교 야구부같이 근성론 정신론 이런 것은 역사의 뒤안길로 내보내고, 행동거지에 한정하여 지적질을 구체적으로 하는 편이 상대의 업무스킬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비교적 서두에서 밝혔다. 어느 학계나 업계에서나(음악계, 체육계, 의료계, 그 외 여러 군대문화 기반의 회사)뭐 하나 가르치려면 꼭 표고버섯 배지로 쓸 표고에 구멍 찍 긁어서 균사 집어넣는 것 마냥 사람의 마음을 쓱 긁어줘야 가르침이 성숙한다는 우리 꼰대마인드가 만연한 한국에서 부장님과 차장님 눈 닿는 기둥에 걸린 시계 밑에 표어로 붙여놓고 매일 아침 조회삼아 세 번 읽고 마음을 새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종의 커리큘럼을 짜는 챕터가 있는데, 가르칠 내용을 지식과 기술로 나눈다는 내용이다. 이 둘의 차이는 러프하게 말하자면 질문 받았을 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식, 하고자 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기술로 분류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해본 적 없는 행동을 가르칠 때는 다섯살 아이가 심부름 가는 것을 내다보고 세부적인 행동순서를 짜 주듯이 가르쳐야 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나는 급해서 이 페이지 안읽고 인수인계서 써댔는데, 이 부분에 입각해서 잘 적어준 것 같아서 뿌듯한 느낌이 일견 들었다. 그리고 일 잘하는 사람의 행동을 철저하게 분해하라는 챕터에 이르러서는 보통 한국에서는 일머리 있다는 놈이 주로 알아서 쓰는 방법을 상사가 대신 고민해주고 방법론을 설정해서 주는 게 좋은 기업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을 구체적 행동이 명시된 체크리스트 화 해주는 것까지 인수인계서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좋았겠네 하는 생각도 들고, 그보다 이전 직장에도 누구나 할 수 있게끔 체크리스트를 열심히 만들어 돌리던 사람 기억도 나고 그랬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의 목표는 배우는 사람이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결과물로 보답하는 피드백이 최종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루어 질때까지 꾸준하게 관심갖고 지켜봐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서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하며, 화내기가 아닌 혼을 내는 것임을 숙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화를 내는 것은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의 결과값보다는 약화하는 결과값을 낼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칭찬을 하든 혼을 내든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의 태도나 의도를 멋대로 넘겨짚기 보다는 그냥 그 행동 자체를 칭찬하거나 혼내는 게 사람 자존심을 덜 긁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칭찬하기와 혼내기 두 가지 방법은 가르칠 사람과의 유대감이 상실된 상태에서는 채널 연결이 안되니까 이 부분이 안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하였다면 그냥 여물고 그분이 잘하기를 조용히 기도해주는 것이 그분의 업무력 향상과 업무지식의 안정적인 습득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행동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하려고 할 때 지침이 되는 것은 행동분석학에서 유래된 MORS의 법칙이란 게 유용한 듯하다.
Measured - 측정가능 = 셀 수 있다. 수치화 할 수 있다.
Observable - 관찰가능 = 누가 보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Reliable - 신뢰가능 = 누가 봐도 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Specific - 명확하게 =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그리고 자립에 있어서는 프롬프터와 페이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는데, 자전거 보조바퀴와 제대로 달리는 모습 확인 후 그것을 제거하는 과정을 업무에서도 그렇게 적용해 나가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래. 내 상사는 프롬프터도 안 붙이고 일단 달리게 하다가 자빠지는 꼴을 보고 비웃은 뒤 그제서야 프롬프터를 덕지덕지 붙여놓고 절대로 떼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니 개잡놈이 분명하다. 나는 이것을 그 상사를 비판하기 위해 읽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과오를 복기하기 위해서였던가? 아무튼 사람 욕에서 글을 마무리지으려니 좀 겸연쩍을 수 있다. 그러니 남은 챕터는 그룹 학습과 경력사원 외국인 알바 등등도 가르칠 수 있는 노하우 등이 있었다. 이런 챕터야 그 때 가서 필요하면 다시 보면 될 듯 하다.

아무튼 안 읽고 마냥 사는 것보단 일독 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유용한 책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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