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Season 2 . 16
윤태호 지음더오리진:
( 출판일 : 2023-04-26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28
페이지수 : 232
상태 : 승인
의지박약인 나는 과연 장그래처럼 할 수 있을까? 장그래는 시쳇말로 좋소(사실 좆소)에 다니는 사원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원이다. 그것도 신생 중소기업이다. 그나마 최근에 대리로 승진을 하긴 했지만 중소기업의 직급이라는 게... 밖에 나가 기죽지 말라고 붙여 주고 올려주는 경우도 많아 그 무게가 사실 대기업의 대리보단 현실적으로 가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생 속의 장그래는 그런 의미는 대리 승진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면 그야말로 가마니가 될 수 있는 중소기업 환경에서 먹고 살기 위해 일을 찾아야 했다. 주어진 일만 해선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곳이 미생 속에서 묘사되는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정말로 현실 속의 중소기업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그런 곳에서 자발적으로 회사를 위한다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아니 그보다는 바둑을 둬온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발현된 거 같기도 하다.
어떤 사업이 좋을까 고민하다 중고차 수출 사업을 알아 보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차를 제대로 알아 보고 싶다고 일부러 중고차 매매 단지에 가서 어리숙한 모습으로 침수차를 자그마치 700만 원 정도를 주고 사온다. 아무리 사업 아이템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중소 기업에 다니는 일개 사원(차를 산 시기는 아직 대리 승진 전이다. 아니 대리 승진을 한 뒤라고 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이 자비를 들여 차를 산 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고 만약 나였다면 안 샀을 것이다. 절대 안 샀을 것이다. 인터넷을 뒤지거나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나와 있는 유튜브 등을 찾아 봤을 것이다.
물론 만들어진 이야기다 보니 다소 극적인 모습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도 장그래의 의지는 충분이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과연 나라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계속 하게 됐다. 더 나아가 장그래는 의도한 건지 우연치 않게 상황을 잡은 건지 모르겠지만 거의 활극에 가까운 활약을 해서 중고차 시장에서 일을 했던 자신에게 침수차를 팔아 먹은 원래 심성은 착한 사기꾼을 포섭하기 까지 이른다. 이 부분은 확실히 만들어진 이야기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뭐 여하튼 그런 과정을 통해 장그래는 회사를 위한 뭐도 아닌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마음껏 발휘한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워낙 겸손해 보이는 캐릭터라 누구랄 것도 없이 장그래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혹은 동상이몽일지라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또 회사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가히 틀리지도 않다.
장그래 같은 활약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일을 해 온 내 자신의 모습과 앞으로 일을 할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