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현황

  • 참가 현황

독서마라톤 종료일까지D-000

독서마라톤 참가신청

책 이미지가 없습니다.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과학 탐사기

민태기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3-08-15 )
작성자 : 조○행 작성일 : 2024-09-27
페이지수 : 316 상태 : 승인
오늘날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었던 코로나19 위기 때에도 우리는 IT 강국답게 기술을 활용하여 봉쇄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었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불과 110여년 전까지 이어졌던 조선 시대를 생각해보면 댕기머리를 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당이나 글공부를 하는 선비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근대 과학교육은 잘 연상되지 않는다. 분명 시작이 있을 텐데, '文'을 중시했던 조선 시대에서 현재의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 사이 접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아인슈타인이 과학계에서 주목받던 1920년대 바로 그 시점에 우리나라에도 상대성이론이 전해졌고, 심지어 붐이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전국에 순회 강연이 열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주요 일간지에서는 이후 30년대의 최신 이론이었던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교양 과학뿐 아니라 당시 최신 과학 이론들을 지속해서 깊이 있게 다루었다. 고난과 저항의 이미지로만 가득했던 일제강점기에 대한 내 인식에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우리 선조들이 아인슈타인에 열광했던 것은 그가 우리처럼 나라 잃은 유대인이었고, 상대성이론이 단순한 지식이나 과학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건설되기도 전에 예루살렘에 히브리대학을 설립했는데, 대체 아인슈타인이라는 과학자가 어떤 인물이고, 상대성이론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라도 없는 터에 대학을 세우는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사람들은 나라를 뺏긴 이유가 서구의 과학기술에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절감했고, 새로운 학문인 과학에 대한 교육 열기로 가득 찼다. 지식인들은 경성공업전문학교 졸업생들이 주축이 된 잡지《공우》나 《동아일보》등의 일간지를 통해 상대성이론을 자세히 소개했고, 아인슈타인이 일본을 방문한 다음 해인 1923년에는 도쿄 유학생들이 방학에 조선 전역을 돌며 대중 강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져 김용관의 주도로 발명학회가 설립되고, 발명학회에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 《과학조선》의 초판은 매진된다. 발명학회는 대중과학운동과 결합하여 1934년 '과학데이'를 시작했고, 사람들의 호응은 엄청났다. 제1회 과학데이가 크게 성공하자 발명학회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과학지식보급회'가 이후 과학데이 운동을 주도하였고, 이러한 대중과학운동으로 1935년 조선 전역에 발명 붐이 일어 '과학데이'를 기점으로 특허 출원이 무려 5배나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1936년에는 최규남, 도상록을 중심으로 조선에 양자역학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아인슈타인에 맞선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지식인은 주로 《조선일보》에 양자역학을 비롯한 최신 과학 동향을 소개했는데, 그 이해의 깊이가 상당했다.

그러나 1930년대 말 본격적인 대륙 침략에 나서면서 일제는 과학 교육까지 제약하기 시작했다. '과학데이' 운동이 독립운동임을 간파한 일제는 1937년부터 옥외 집회를 금지하고, 1938년 다섯 번째 '과학데이'를 마친 김용관을 체포하면서 '과학지식보급회'는 해체된다. 또한 발명학회가 일본발명학회의 지부로 흡수되면서 과학 대중화 운동은 위축되고 친일화되었다. 이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갈라진 영토처럼, 우리나라 과학계 인재들도 이념 갈등을 겪으며 남과 북으로 분열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화기 갑신정변을 주도한 서재필의 이야기로 시작해 분열과 혼란으로 어지러웠던 해방정국에 이르기까지, 과학계를 넘어 그 시대의 상황과 이를 극복하고자 한 선조들의 노력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관계, 서로 이어지는 단편적인 사실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아쉬웠던 점은 여기에 있었다. 이와 같은 방대한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전개가 산만해지고 가독성이 떨어져 저자가 제일 전달하고 싶었을 우리 선조들의 과학 분야에 대한 노력과 성취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저자가 집필의 방향성을 보다 선명히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수십 년 만에 이루어낸 경이로운 발전의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기여했지만 친일 논란과 이념에 얽히며 하나씩 잊혀간 이름들을 잊지 않고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던 시기에도 우리 선조들은 민족의 앞날을 그리며 부단히 노력했음을, 그 덕분에 우리가 발전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나도 선조들의 노력을 잊지 않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함께 기억해주기를 소망한다.
댓글쓰기
로그인 도서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