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Whale Book:
( 출판일 : 2023-10-15 )
작성자 :
조○행
작성일 : 2024-09-27
페이지수 : 276
상태 : 승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초심'이라는 이름으로 열정을 불사르게 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일이 익숙해질수록 업무는 패턴화되고 고민은 희미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인정 기자는 달라 보인다. 저널리즘에 오래 종사하면서도 '이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 맞는지', '얼마나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지', '취재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에 침범해도 되는지' 끊임없이 고뇌한다.
'끔찍한 사건을 취재하고 난 뒤 나나 가족이 피해자가 되어 같은 사건을 겪는 악몽을 꾸다 몸서리치며 깨어났을 때, 취재를 하며 피해자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던 순간보다 꿈에서 스스로 피해자가 된 순간이 훨씬 고통스럽게 여겨졌다는 점이 끔찍했다. 가짜 고통, 가짜 겪음일지라도 내 몸을 통과하니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여겨진다는 게 괴물 같았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말에서는 '왜 우리는 나, 나와 닮은 우리의 고통이 되어야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가'에 대한 저자의 절절한 자기성찰이 느껴져 숙연해졌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기초해 사회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바른 보도를 위해 쉼 없이 자문하는 이런 기자의 존재는 참으로 감사하다. 박주영 판사님의 글을 읽었을 때처럼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수없는 고통을 지켜보는 일을 하며, 이런 섬세한 감수성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괴롭진 않을까. 그래도 계속 고민해주기를 바라게 된다.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한 논란 열거에 그치지 않고, 그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는 깊이 있는 기사를 더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뉴스가 뉴스로 끝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계속 성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