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톨스토이 지음 ; 연진희 옮김민음사
( 출판일 : 2009-01-01 )
작성자 :
허○익
작성일 : 2024-09-26
페이지수 : 509
상태 : 승인
작년에 <동물농장>을 읽고, 새로운 감동이랄까, 과거에 느끼지 못한 즐거움으로 세계문학전집의 작품들을 조금씩 찾아 읽게 되었다.
그중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지만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던 <안나 카레니나>가 눈에 들어왔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단편만 오래 전 읽었을 뿐.
궁금한 마음에 <안나 카레니나>를 읽기 전 검색을 하니 극찬의 평가가 있었지만, '뭐야? 불륜 이야기였어?', '정말 그렇게 대단해?'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독서. 처음 1/3을 읽을 즈음에는 왜 그렇게 걸작이란 평가를 듣는지 (사실 아직도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니다.)
의아한 마음도 들고, 과연 이걸 다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유명한 이름에 비해서 말이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읽어가니 조금씩 호감이 들기 시작했다.
작품의 제목은 '안나 카레니나' 지만 또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병치하면서 뭔가 더 짜임새를 갖춰가는 것 같았다.
오히려 안나 카레니나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이 커다란 하나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랄까.
관계의 많은 과정을 건너뛰는 것 같으면서도, 매우 세밀한 감정 표현들이 그 생략을 메워주고 있었다.
책에서 자주 표현되는 '모멸, 수치, 모욕'등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의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그건 그 시대와 문화가 현재의 나의 세계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감정들에서부터 자신을 깨달아 가거나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이 섬세한 심리드라마 같기도 했고,
1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키티의 이야기에서는 성장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덧 다음 권이 궁금해지는 소설이 되었다.
1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안나의 남편 카레닌이 불륜을 의심하고 품은 안나에 대한 생각이었다.
'... 그러자 아내에게도 그녀만의 특별한 삶이 있을 수 있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무시무시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에게 <안나 카레니나> 1권은 '주체적 타인에 대한 자각, 그리고 진짜 나에 대한 자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