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심리학
레이철 시먼스 지음 ; 정연희 옮김양철북
( 출판일 : 2011-01-01 )
작성자 :
정○영
작성일 : 2024-05-18
페이지수 : 380
상태 : 승인
여자아이들은 왜 가끔 눈을 치뜰까? 왜 속이 좁고, 뒷담화를 하고 뒤에서 수군거릴까. 앞에서는 착한 척을 하고.
왜 정치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걸까?
수단이 배제된 여성 사회. 양육을 담당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이 소녀들의 손과 표정과 말에서 '착한 소녀'
'순응적인 소녀'라는 프레임을 씌워놓았고, 그녀들은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상대를 공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설명보다 더욱 눈이 뜨이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여학생들의 따돌림 과정이다. 바네사는 스테이시란 아주
매력적인 여자아이가 먼저 친구하자고 했을 때 기뻤다. 하지만, 그게 지옥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스테이시는 둘이서
몰래 하던 부부놀이를 바네사가 언급했을 때, 아이들 앞에서 화를 냈다. 쿨하고 멋진 스테이시에 어울리지 않는 놀이
라고 생각해서 일까. 그 후로 스테이시의 내밀한 면을 모두 아는 바네사는 먹잇감이 되었다. 어딜가나 쪽지가 있었다.
책상 속에도, 가방 속에도, 사물함에도 '재수없는 년' '뚱뚱한 년' 이런 쪽지들을 친구들을 시켜 바네사에게 보냈다.
바네사는 놀림감이 되었고, 의기소침해졌고 우울증을 앓았다. 하지만, 엄마에겐 얘기하지 못했다. 바네사는 스스로를
망치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어른들이 모두 싫다고 엄한 데에 화를 냈다. 차마 직면하지는
못한 채로. 결국 죽을까 말까 고민하던 바네사는 점심시간, 스테이시를 불러내놓고 외쳤다.
"이제 너 따위 아무렇지도 않아. 신경 꺼." 스테이시는 지금 뭘 망치는 지 아냐면서 길길이 날뛰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바네사의 악몽은 끝났다.
왜 바네사는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를 밀어내지 못했을까? 여기에는 애니, 나탈리 등 다양한 여자 아이들이 등장한다.
'친구라면 이해해야지.' 라는 어설픈 믿음. 그리고, '다 지나갈꺼야. 다들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라며 상처를 방치하는
어른들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들의 공격에 이름을 붙이자고 말한다. '친한 친구에게 접근해서 동맹을 맺고 있어. 그 전략은 어떨까?' '침묵하는 전략을 택했네?' '농담이라며 상처주는 말을 했구나' 이런 상담을 말이다.
우리 소녀들의 문제를 그늘 속에 두지 말고 밝은 곳에 꺼내어 보자. 이들도 30대가 될 테고, 10대의 시절에 받은 상처를
그때 지혜롭게 넘긴 경험과 기억을 가져가야, 어른이 되어서도 현재를 활발히 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