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사회: 사기범죄 천국의 도래
모성준 지음박영사
( 출판일 : 2024-02-28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5-18
페이지수 : 492
상태 : 승인
아무리 개인의 능력으로 남 등쳐먹고 사는 것이 짐짓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이라지만, 거짓으로 획책한 금전도 자신의 노력으로 공치사하는 종자들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업(?)하나 설계하려면 머리를 쓰고 공은 들여야 하겠지만, 그게 불교적인 업설의 관점에서 좋은 업이 아닌것은 확실하니까, 전세사기당한 젊은이와 보이스피싱으로 재산을 날린 어르신(어리석다는 수식어를 쓸 수 없는 것이, 검찰도, 고등법원 판사도, 늙은 대학교수도 당하는 게 보이스피싱이다.)들의 눈물을 보면 이것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잡아 족쳐야 한다. 그러려면 좀 얘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 지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런 공감대 위에서 저자 모성준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서문에서 이러한 사기를 만연하게 하는 법의 허술함이 입법부(민주 국힘을 가리지 않고)의 포퓰리즘적인 형사사법 시스템 개악으로 인해 벌어지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는 점에서 쓸 데 없는 어그로를 끌어서 책장을 덮고 싶게 만드는 점이 아쉬웠다. 사법부 종자들도 이미 선생으로 불리기엔 너무 부패한게 줄줄이라 자기들 치부가 걸릴세라 눈감을 땐 질끈 감는 장면이 여러번 포착되었으므로^^. 그리고 이미 국회에서 입법활동 하는 사람들 중에도 법관과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검찰출신이 부지기수다. 이런 법조계 출신 정치인사들이 생각이 짧아서 그런 것인지 단시간에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자 말에 의하면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우리 형사 사법시스템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결과 형사재판과 수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사기 등의 형법에 대해서는 그런 감이 있겠지만, 그럴 것 같으면 이명박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위반으로 15년을 살던 17년을 살던, 실제로는 3년도 안채우고 사면되는 꼴을 보고 있자하면, 대도(큰사기꾼) 실제 수형기간과 소도(가끔 뉴스 한번씩 장식하고 일망타진되는 친구들) 수형기간에는 형평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법을 아는 사람에서는 행정부가 결정하는 실제 수형기간과 사법부가 때린 양형기준을 구별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삼권분립체제의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외한의 잡설처럼 여겨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인 모양새만 보면 나라를 해쳐먹고 붙들리는 게 중소조직 하나 운영해서 국민의 돈을 털고 빵에 가는 것 보다 럭셔리하고 가성비 넘치는 수형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 책의 저자처럼 어그로를 끌고 잡설이 길었다. 아무튼 요즘은 대면사기보다 이런 비대면사기가 횡행하고 액수는 20조가 넘었으며(국가 예산의 4~5퍼센트에 해당되는 큰 돈이다.) 그 건수도 이미 형사법시스템이 받아내기 힘들 정도로(대략 20만 건 이상) 수도 없이 매일매일 범죄사례가 쏟아지고 있으니 여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한 권 써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 논리전개를 고루한 박사논문같은 목차 구성으로 빼곡하게 놓은 점은 동네 바보도 사기에 관한 경각심을 갖게 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크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박사논문은 목차만 잘 봐도 이미 논문을 한편 읽은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벌어진 범죄 현황에 대해 종합적인 시각을 갖고 일일히 한국 사기범죄의 역사를 읊어주는 내용은 교양강의로서도 손색이 없는 듯 하다.
책 본론 챕터에서는 대한민국이 사기공화국이 되어가는 정부조직개편의 취약점, 국민에 빨대꼽고 사는 조직적 사기범죄가 창궐하는 원인 진단, 그리고 이런 현상에 대응하는 형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세 챕터에 걸쳐서 짚었다. 본론 요약문도 여기까지만 쓰고 넘어가 버리면 가분수 서론과 용두사미 서론에 비해 개미 허리 같은 본론 요약이라 담당자 선생께 일지 제출을 하기 심히 부끄러운 면이 있으므로 몇 자 더 적어봐야겠다.
일단 사기조직이 마동석의 범죄도시에서 흉악범 때려잡듯 호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기조직은 매우 명민하고, 은어적 의미의 '학교(큰집)'를 자주 드나들면서 법망에 저촉될 단서를 피해 범죄의 대국에 착수하는 것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조폭같지 않고 스타트업같이 기민하며, 세상 이치에 밝은 범죄자들을 잡아야 된다는 점에서는 사법기관의 뿌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수사권한과 예산적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기에 핵심 수괴의 추적과 일망타진이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근데 이럴 것 같으면 정치에 욕심을 낸 떡검들이 애초에 그 권한을 여기저기 허공에 놀리고 다녀서 엄한사람 잡고 권력을 찬탈하는 일을 하지 않았어야 믿고 맡겨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보안에 있어서도, 보안지침이 넘 과도하면 자유로운 사용자의 이용을 저해하여 업무 생산성이 저해되고 또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게 되면 보안을 하나마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사법 시스템에서도 사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입장에서 딜레마를 갖고 있다는 점까지는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문제가 되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어쩔 수가 없다보니 못 본 척 하고 있는 상황을 '방 안의 코끼리'로 비유하였는데, 정리하자면 사법부와 법무부에 예산을 더 많이 주셔야 사기범죄 조직에 대응할 수 있고, 잡은 놈들을 빵에 인권있게 오래오래 가두어서 범죄 국비교육을 수료하고 다시 사회로 기어나와 좀더 크고 아름답게 시민을 등쳐먹고 다니는 꼴을 막을 수 있으며, 그 친구들이 탈옥하지 않게 끔 관리할 인원을 확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여건이 안되고, 잡으러다니기도 힘들며, 모처럼 힘써서 잡아도 오래지 않아 풀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사기가 만연하는 원인이 된다고 진단하였다.
그리고 형사법 체계가 이런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를 막지 못하는 원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국회의 정치범에겐 한없이 상냥하고 'OOO법'같은 이때의 엄벌주의 위주의 떼법 제정을 사유로 두고 있다. 책 서두에서는 일단 정치적 스탠스를 공격당하는 것 같으니 반발심은 들지만, 말을 듣다 보면 타당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은 들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돌아가는 나름 행정고시 사법고시 국민의 선출 등으로 돌아가는 삼권분립체계의 의회 민주주이라는게 어쩌면 허울뿐인 망상과 짐짓 광대놀음이 아니고 독재정치는 구린 부분을 넘 오래 봤으니 철인정치같은 또 이상을 쫓아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렇다고 딱히 국회만 싸잡아 비난한다고 이 저자의 생각대로 일들이 잘 흘러갈 지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만 읽어서는 결론내리기 쉽지 않으므로 일단 건너뛰도록 하겠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러, 임진왜란을 조기에 막지못한 선조의 실정을 '결정을 미루는 결정'이라 명명하고, 국회의 포퓰리즘적인 태도와 조별과제 수준의 입법활동, 중요한 법개정에서는 양당이 줄다리기 하느라 마찬가지로 결정을 미루는 결정을 함으로써 선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현장직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이르러서는 나름의 고군분투와 무너져내리는 사법정의를 지키지 못하는 자의 분노어린 외침에 설득력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걸 왜 조선일보에서 그럴듯하게 광고해서 흡사 민주당만 포퓰리즘을 하는 것처럼 매도하는데 이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여소야대가 아닌 국면이었으면 이런 기사는 쑥들어가고 없었겠지. 아무튼 신빙성떨어지는 곡론지의 입놀림만 없어도 좀 더 선입견 없이 이 저자의 책을 귀담아서 진중하게 읽었을 텐데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