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의 서재 : 삶의 끝에서 삶을 생각한다
나주영 지음드레북스
( 출판일 : 2024-07-01 )
작성자 :
이○묵
작성일 : 2024-09-20
페이지수 : 240
상태 : 승인
의대생이 법의학 세부전공을 배우려면 갈 수 있는 곳이 몇 곳 없다고 한다. 40여 개의 의과대학중 10여곳 정도이니 25%남짓 되려나? 게다가 임상의로 먹고살기 위해서도 인기과 기피과가 갈리는데 하물며 국과수 등 공직 비슷하게밖에 진로가 마땅찮은 법의학이 각광받기란 또 어려울 것이다. 그런 험지를 가서 죽은자의 말을 듣는 저자의 노고를 일단 칭찬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서에 나오지 않는 죽어가는 순간의 심전도를 보고 호기심을 느끼며, 사람이 왜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를 궁금해 하다 보니 지금의 인생여정에 이르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너스레를 떨기엔 나름 숙고한 뒤에 내놓는 대답으로 보여 믿음이 갔다.
자살을 연구하기위해 140여건의 유서를 연구하고, 청년돌연사증후군의 원인을 보려면 주거환경 생활환경 직무환경등도 보아야 한다는 지적에서 한국의 현실과 나름 최전선에서 맞닿은 삶으로 분투중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주로 법의학 강좌에서 죽음에 관련된 의대생들의 리포트에 대한 답문의 형식으로 엮어진 책인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이 읽어봤던 책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어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주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슬퍼 한 뒤 전면수용하고, 아직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사는 삶.
국과수 부지도 의외로 기피혐오시설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의 경우는 부검 관련해서 더 많은 케이스들이 설명된 책인 듯 싶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이 책은 종양내과의가 쓴 책이다.
부검은 사인만을 알기 위해, 망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정황이나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것에 가까워서 사인이 그 안에 포함되고, 망자의 억울함 뿐만 아니라 그의 죽음을 통해서 그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것이라 했다.
왜 한국의 의료현장은 항상 죽음을 기피하고 가망없는 환자까지도 연명치료에 급급하는가 하는 부분을 호스피스 관련된 정보들을 모으면서 궁금해 했던 적이 있는데, 97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의사가 가정폭력범 할아버지가 뇌진탕이 온 것을 간병하지 않고 퇴원을 시켜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라는 것이 연명치료 거부를 원할 때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는 양식이라고 들었다. 그냥 유서에 연명치료를 거부한다. 이렇게 쓰는 것 만으로 의사표시가 되는건 아닌가 보다.
책을 읽고 나니 빨간 라벨 붙음 심리학 서가 한켠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죽음학 관련 서적들의 제목을 한번쯤 훑고 싶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