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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4: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지음더오리진 ( 출판일 : 2019-10-14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12
페이지수 : 271 상태 : 승인
사람이 죽었다. 일을 하다 사람이 죽었다. 일을 하다 사람이 과로로 죽었다.

온길 인터의 거래처 중에 하나인 송일 무역에 문제가 생겼다. 대금을 치르지 않고 대표가 도망간 듯 하다. 대표의 주변을 살펴 보니 평판은 아주 좋다. 그런데 그걸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사람은 가면 한 두 개 정도는 쓸 수 있으니... 주변 평판 관리를 하면서 얼마든지 사기도 치고 돈도 떼 먹고 도망갈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진짜 사기꾼들은 주변 평판이 좋은 편이다. 평판이 좋다는 건 나름의 신뢰가 있다는 소리고 그 신뢰를 이용해 사기를 처 먹어야 하니 오히려 사기꾼들에게 평판은 중요하다.

해서 온길의 직원들은 오 부장부터 시작해서 김동식 과장 그리고 장그래 까지 이심전심으로 송일 무역 주변에서 형사도 아닌데 잠복을 한다. 그렇게 송일 무역의 경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차 실장을 마침내 잡게 아니 만나게 된다. 사정인 즉 대표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순간 온길 직원들은 머쓱해지고 미안해 진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주변 평판도 사기를 치기 위한 관리가 아닌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대표가 쓰러져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던 거다. 그 와중에도 주변 식당에 밀린 식대를 처리하기 위해 경리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대표의 아내이기도 한 차 실장이 온 것이다.

모든 상황이 파악 된 후 대금을 치르지 못한 송일 무역은 온길 인터에 인수되기를 바라게 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거 밖에 없다. 해서 온길은 송일을 확인한다. 인수해서 소화할 수 있는 회사인지 아니면 탈이 날 수 있는 회사인지 철저하게 확인한다. 인맥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영업을 해 온 송일 무역의 대표가 벌여 놓은 사업은 좋은 것들도 있고 안 좋은 것들도 있었다. 좋은 것들은 좋은 대로 잘 이어 받으면 됐고 문제는 안 좋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가 남았다.

송일 무역 대표의 신상에 문제가 없었다면 역시 문제가 없을 사업들이었다. 하지만 대표는 쓰러졌고(천만다행으로 죽진 않았다.) 온길이 송일을 인수하면 그렇게 사업과 영업을 할 순 없었다. 그 과정에서 송일의 한그루 대리가 어렵게 안 좋은 사업들을 처리한다. 송일 무역 대표의 아들이기도 하다. 해서 안 좋은 것들이 처리되고 송일은 온길에 인수됐으며 한그루 대리는 온길의 사원이 된다.

송일 무역의 대표가 죽진 않았지만 죽을 뻔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일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온길에 넘어가게 된 이야기다. 대표와 아내인 차 실장 그리고 대리인 아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대단한 회사는 아니지만 다소 부족하거나 불투명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나름 인심을 잃지 않고 일궈 왔는데 대표 한 명 쓰러지자 마자 모든 상황이 뒤집어 엎어져 버렸다.

과연 감당이 가능한 상황일까 싶다. 만들어진 이야기니까 송일 무역의 사람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현실에선 그게 어디 쉬울까? 아니 어쩌면 현실의 온길이라면 사람은 살았으니 어떻게 든 대금이나 받고 말았을 것이다. 그 대금을 치르기 위해 송일이 망하든 가족이 길거리에 나 안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길이 매정한 게 아니다. 여하튼 송일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일반적인 의미의 현실의 온길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어쨌든 만들어진 이야기로서 나름 현실적인 부분을 고증을 통해 적용을 하고 나름의 판타지를 보여 줬으리라... 내가 송일의 가족이었다면, 내가 온길의 직원이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더불어 그래서 그런지 뒤에 온길의 오 부장이 원 인터의 대리 시절의 이야기가 작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왔다. 이 이야기에서 당시 오 대리의 상사인 송 과장이 일을 하다 그야말로 과로로 쓰러져 죽게 된다. 몇 날 며칠 야근을 하고 삼일 전에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며 일하고 돌아 오겠다는 사람이 삼일 내내 야근을 하다 결국 쓰러져 죽었다.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거짓말 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나름 잘 먹고 잘 살아 보겠다고 큰 욕심 없이 그저 우리 가족 행복하게 잘 살아 보겠다고 열심히 일을 한 것 밖에 없는데 그런 일을 하다 죽는다니...

물론 정말 냉정한 사람들은 그러니까 건강 관리도 했어야지 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안다. 몸이 상하는 걸. 그걸 알면서도 괜찮겠지, 바쁘니까, 다음에 하면서 넘기다 보니 결국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건강 관리를 못 했다고 타박을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과연 그저 개인이 건강 관리를 못 해서 그렇게 된 것 일까? 사회는 조직은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일을 하다 사람이 죽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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