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2, 비세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17-09-10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10
페이지수 : 243
상태 : 승인
장그래가 일을 하고 있는 신생 기업이면서 중소 기업인 온길 인터내셔널. 오 차장의 선배의 제안으로 오 차장과 김부련 부장이 같이 만든 회사다. 일손이 부족해 그 회사에 장그래도 함께 하고 있다. 더불어 김동식 대리도 같이 한다. 원 인터라는 대기업에서 나름 능력을 보인 사람들이다. 장그래는 이렇다 할 스펙도 뭐도 없었지만 2년 간의 계약직 신분으로 준수하게 일을 했다. 인간적으로도 대체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의기투합했으니 잘 될 일만 남은 거 같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그야말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시간의 연속이다. 이왕 지사 대기업에서 나와 회사를 차린 거 돈을 보다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저 노동의 대가로 월급만 허덕이면서 겨우 챙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만든 회사가 이 모양이면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말도 못 할 거 같다. 이번 달 월급을 받는 순간부터 다음 달 월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온길의 전 직원이 정말 미친 듯이 뛰어 다닌다. 사장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고 전무, 부장, 과장은 직급이 있을 뿐이지 그야말로 개처럼 뛰어 다닌다. 장그래는 일당백을 할 역량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수금이 돼질 않아 다음 달 월급의 지급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다. 이 나라의 모든 중소기업이 저렇게 일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들어진 극화된 이야기니까 현실보다는 더 극적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런 극적인 상황의 반만 발생해도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중반을 넘어 서는 시점에 돌아 생각해 보니 대학교 시절 알바부터 포함하면 일을 한 기간이 20년을 넘어 가는데 월급이 적으면 적었지 못 받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장그래 회사는 월급을 못 받거나 반 강제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책임과 압박 그리고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역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그저 먹고 살자는 평범한 바람이 이렇게나 힘들어야 되는 건가 하는 답답한 마음도 들게 된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일한 만큼만의 돈 만이라도 제 때에 받고자 하는 게 이리 어려워 서야... 열심히 살면 된다고 하는 세상 사람들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진다. 정말 열심히 만 살면 되긴 되는 건지, 살아지긴 하는 건지, 그렇게 살면 되는 건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