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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1, 행마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16-06-15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09
페이지수 : 236 상태 : 승인
내가 일을 해 본 곳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기업 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들으면 아는 제약 회사, 교육 회사 중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역시 누구나 다 아는 학습지 회사, 지역에 있는 작은 혹은 조금 큰 개인 카페, 커피 학원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역시 적당한 규모가 있는 교육 회사. 능력이 출중한 건 아닌데 돌아 보면 꽤 괜찮은 곳에서 일을 했고 하고 있는 거 같다.

그 중에 미생에서 장그래가 원 인터를 나와 다시 일을 시작한 온길 인터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은 커피 학원 이었다. 아주 최소한의 체계만 잡혀 있고 잡아 나갈 수 있다면 체계를 잡아 나가려고 애를 쓰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장그래가 다니는 온길 인터처럼 일당백의 자세로 일을 해야 했다. 직급은 실장이었다. 교육 실장.

학원에 커피를 배우러 오는 수강생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직책,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거 같지만 그저 수강생을 가르치는 강사들 중에 가장 경력과 나이가 많은 정도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더 나아가 커피 학원에서 규모는 작지만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는데 오픈을 앞두고 있는 점주 교육도 전담했다. 점주들이 오픈하기 전에 학원에 직접 찾아 오면 교육을 해 줬고 매장 오픈을 하면 처음 일주일 정도 매장으로 출근해 점주들이 빠르게 손에 일을 익힐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생각해 보니 이미 오픈을 해서 운영하는 매장에 주기적으로 찾아가 매장 관리도 했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면 학원에 찾아 오는 그리고 매장을 연 점주들을 전반적으로 가르치고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러니 교육 실장이 어쩌면 맞는 직급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미생의 온길 인터처럼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 다니진 않았다. 온길은 이제 막 회사를 차린 곳이고 내가 다닌 학원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곳이기 때문에 많진 않지만 월급이 나오는 데 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름 치열하다면 치열한 학원 생활이었다. 학원 청소, 수강생 교육, 간혹 찾아 오는 블로거들 상대, 내방 점주 교육, 오픈 매장 점주 방문 교육, 기 오픈 매장 관리, 메뉴 개발, 커리큘럼 개발 등등등.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건 해야 되는 건 다 했다. 물론 혼자 한 건 아니다. 나 말고도 어린 강사 세 명이 더 있어서 그들과 함께 만들어 갔다.

뭐 나중에 학원 생활이 그렇게 좋게 끝난 건 아니지만 그 전까지는 월급은 적었지만 다닐 만 했고 재미도 있었다. 지금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을 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꿈꿔 본다. 지금 치열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역시 치열하게 살아야 하지만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어리고 나름 풋풋했던 시절의 그 치열함이 온길 인터의 장그래를 보면서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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