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바다: 그 바다는 무엇을 삼켰나
황현필 지음역바연
( 출판일 : 2021-12-16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07
페이지수 : 405
상태 : 승인
말해 무엇하랴. 그야말로 성스러운 영웅, 성웅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다. 한반도의 길고 긴 역사 속에 위인은 많다. 그 중에 성웅이라는 칭호가 붙은 영웅이 얼마나 될까?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업적을 이룬 위인도 있긴 있겠지만 여하튼 성스러운 영웅이라는 호칭은 이순신 장군에게만 부여된 호칭이다.
구국의 영웅이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나라를 구한 영웅들도 역시 많겠지만 단연 돋보이는 영웅이다. 정말로 조선이 망할수도 있었다. 물론 조선은 망했고 뒤를 이은 대한제국은 국권을 일제에게 침탈 당했다. 하지만 훨씬 이전에 400년 정도 전에 역시 왜놈들에게 망할 뻔 했다.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이 책은 소설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역사서다.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시기부터 무과에 합격하기 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다루고 이후 관직에 오르면서 임진왜란을 겪고 돌아가시는 순간 까지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의 그냥 나열한 역사서다. 그런데 그 나열하는 방식이 조금 색달랐다.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인 위인으로 세종대왕님과 이순신 장군님을 꼽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창제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부분에 있어 백성들을 위했던 정말 흔치 않은 그래서 그냥 왕도 아닌 대왕님인 세종대왕님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위인이지만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님의 그 간절하고 애절하면서 처참한 상황에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다.
이제 생각해 보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순신 장군님과 관련한 책을 은근히 읽었다. 역시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정확하게 설명해 준 1, 2권으로 구성된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읽었고 김훈 작가가 소설로 각색한 '칼의 노래'도 읽었다. 이게 다인 줄 알았는데 아주 예전에 역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님을 모티브로 한 한국형 판타지 소설인 이우혁 작가의 '왜란종결자'도 읽었다. 난 분명히 이순신 장군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게 맞다. 그런 이순신 장군님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어 너무 좋았고 고마웠고 죄송스러웠다. 한산도 대첩, 명량해전 그리고 노량해전을 다룬 영화도 이미 다 봤다. 이런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았다. 영화라 다소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님의 해전을 잘 표현해 줘서 내심 고맙기도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 와 이순신 장군님이 치른 크고 작은 각 해전의 결과를 그림과 표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정말 많은 왜선을 침몰시켰고 전쟁이니까 가만히 있는 우리 나라에 처 들어 왔으니 지켜야 하니까 적군으로서 죽인 거지만 왜놈들을 참 많이 죽였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지만 전쟁이다. 우린 가만히 있었다. 밀고 들어 온 놈들이 힘이 달린다면 죽는 게 마땅하다. 그놈들보다 우리 죄 없는 조상님들이 그것도 일반 백성이 더 많이 죽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님도 한 놈의 왜놈이라도 더 잡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처절하게 응징했다. 그래서 우리 바다가 더 나아가 우리 땅이 지켜졌다.
이순신 장군님이 바닷길을 막지 못했다면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왜놈들은 분명히 우리 조선을 정벌하고 명나라까지 밀고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님이 남해 바다를 틀어 쥐고 막아 선 바람에 조선은 망하지 않았다.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순신 장군님은 전라좌수영을 먼저 맡아 임진왜란에 참전하셨고 나중에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신다. 하지만 만약에 이순신 장군님이 처음에 경상좌수영을 맡아 부산을 통해 조선에 상륙하려던 왜놈들을 막았다면 전쟁은 하루 이틀 혹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 만에 끝나 역사에 왜란이 아닌 왜변으로 남았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정말 안타깝고 아쉽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가정을 하고 싶다. 그랬다면 우리 조상님들도 많이 죽지 않았을 것이고 조선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흘러갔으면 이후에 안정적으로 개항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 쓸데없는 이야기인 걸 알지만 그만큼 아쉬워서 한 번 푸념하듯이 이야기해 본다.
여하튼 본인의 삶과 가족은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구국의 영웅인데 성스러운 성웅인데 정치적으로 미움을 받아 파직도 두 번이나 당하고 그러면서 까지 다시 백의종군하여 원균에 의해 뼈 아프게 패배한 칠천량 앞바다를 바라 보며 남아 있는 12척의 배로 결국 나라를 지켜내신 이순신 장군님을 앞으로도 많이 생각할 거 같다.
이순신 장군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