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8, 사활;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윤태호 지음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13-01-01 )
작성자 :
윤○석
작성일 : 2024-09-05
페이지수 : 239
상태 : 승인
선 차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요즘은 워킹맘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워킹대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평등이 진행된 사회에서 여자나 남자나 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혼을 한 부부라면 어느 가정 그리고 누구를 막론하고 맞벌이가 일반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워킹맘이란 단어 즉, 일을 하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이제 사회에 뒤 떨어지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이제는 엄마, 아빠가 중요한 게 아니고 부부 둘 다 일을 할 것이냐 혼자만 일을 할 것이냐 둘 다 일을 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냐 낳는 다면 누가 볼 것 이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다. 늦은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겼다. 아내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부어오르는 배를 안고 아내는 계속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끝까지 그야말로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 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부분 만큼은 남녀 평등이고 뭐고 간에 남자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아내는 임신 5개월 차 정도 됐을 때 일을 정리했다. 그리고 역시 특별히 기한을 정하거나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아내와 나는 둘 다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정도 자랄 시점 까지는 엄마인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봐 주기를 바랐고 아내도 원했다. 내 배가 아파서 낳은 아이와의 친밀감이라는 부분에서 아빠가 도저히 엄마를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일단은 엄마가 조금 더 아이와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외벌이로 전환이 됐다. 문제는 나 역시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 데 일을 줄였다. 다 지나왔고 사실 엄청나게 힘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여하튼 아이가 없는 상황에서 맞벌이를 하다 아이가 생기면서 외벌이로 돌았고 그마저도 이전보다 일을 줄여 돈을 덜 벌게 되니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아이가 만 36개월을 넘어 38개월이 될 때까지 가정 보육을 하며 버티다 드디어 올해 3월에 유치원에 보냈다. 동시에 아내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두 명이 일을 하다 한 명이 일을 하니 현실적으로 급여가 주는 것도 문제였지만 일단 전업으로 집에서 아이와 온 종일 보내며 아이를 보는 아내의 개인적인 심리도 문제가 컸다.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아내의 일은 필요했다. 우리 부부 모두가 아이가 어릴 때 가급적이면 엄마의 품에서 자랐길 바랐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아내나 나나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누가 쉴 건지 누가 아이 보육을 전담할 건지 등의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나고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던 초창기를 보내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돼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그 시간에 아내와 나는 일을 하며 나름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정말 감사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미생의 선 차장도 고민을 하지만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하는 순간에 삶을 위해서라는 아주 큰 명제로 인해 아이와 떨어져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현대인의 딜레마는 과연 해결할 수 있는 것 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감상문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