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 에드워드의 일기 1990~1990
미리엄 엘리아; 에즈라 엘리아 지음; 미리엄 엘리아 그림; 박준영 옮김그린비
( 출판일 : 2023-12-15 )
작성자 :
최○우
작성일 : 2024-09-02
페이지수 : 96
상태 : 승인
96쪽의 짧은 그래픽 노블이다. 그림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주서원도서관에 철학 책을 빌리러 갔다가 이런 책을 발견해서 상당히 흥미로워 보여서 대출해 왔다. 혹자는 아이가 볼 것 같은 책을 빌려서 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용 자체만 보면 햄스터가 일기를 쓰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햄스터 에드워드에게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가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유튜브 크리에이터 총몇명의 영상인 '백색 감옥'이 떠올랐다. 영상에서는 쥐가 사람처럼 나오고, 책에서는 햄스터가 사람처럼 나오는 점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이 책은 햄스터라는 하찮다면 하찮은 동물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짧은 일기의 형식을 통해 인생과 현대 사회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드워드라는 이름의 햄스터가 1990년부터 1990년까지(참고로 햄스터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 작성한 일기이다.
에드워드의 일기는 보통 한 줄 정도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무겁고도 진지하다. 에드워드는 작은 우리 안에서만 고립된 삶을 살고 있으며, 자신이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무력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에드워드가 느끼는 고독과 단절은 현대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고독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고독은 종종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니체의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안식을 얻을 것인가?"라는 말처럼, 현대 사회가 되면서 만연해진 허무주의와 개인주의 사상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일기 속에서 에드워드는 "왜 존재하는가?(19쪽)", "왜 쓰는가? 삶이란 공허한 말들로 지어진 케이지다.(53쪽)" 같은 글을 쓴다. 이는 철학적으로도 오래된 질문으로, 에드워드의 고민은 곧 독자에게도 이어진다.
우리는 모두 짧은 생을 살아가며,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의의를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삶의 목적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우리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희망적이다. 그는 우리 안에서 갇힌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의 일기는 단순한 유머 소설을 넘어서, 철학적 질문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